자기 비난
"자만과 허영이 가득한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고백이다.
공부가 싫지 않고 오히려 좋단다.
하지만 강요된 공부는 싫고 노력하지 않는다.
(5월 26일 참나원 방송)

쉽게 볼 수 없는 고민이다.
자신을 성찰하면서 답을 구하는 사람은 사실 드물다.
자신을 비난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자기 비난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연자는 자신을 잘 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뾰족한 대안은 없다.
그래서 자신한테 실망하고 자신을 혐오하기까지 한다.
사연자가 스스로 실망한 부분은 모순적인 자신의 태도다.
실제로 성적이 뛰어나지 않으면서도 하기만 하면 SKY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데 생각하는 자신을 자만과 허영덩어리라고 평가한다.
죽어라 노력하는 다른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요되지 않은 공부를 좋아하지만 석박사가 될 자신은 없다.
우주에 가고 싶으나 실제 노력은 하지 않는다.
뜻이 있느냐 실천하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다.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의 고민에 기성세대는 어떤 조언을 할까.
아마도 '알았으면 하면 되잖아!'라며 짜증을 낼지 모른다.
어쩌면 고민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연자의 고민은 진지하고 순수해 보인다.
사연자의 안목과 이해 수준이 뛰어나지는 않다.
석박사가 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는 아니다.
1등을 할 만큼 노력하지 않으면 게으른 것도 아니다.
자기를 비난하는 근거가 사실상 부실하다.
강요된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강요되지 않은 공부를 하면 된다.
능력을 키우려면 집중하면 된다.
다만 집중할만한 것을 아직 찾지 못해 노력을 안 한 것이다.
고민을 고백하고 현명한 의견을 구하려고 한 것은 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말로 집중할만한 것을 찾아 힘을 쏟아부을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바른 정보와 적절한 자극이 주어진다면 사연자는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솔직한 자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개발하는 풍토가 그립다.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길에 자신을 쏟아부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쉽다.
줄 세우기나 규격품 찍어내기 같은 획일화된 경쟁 풍토를 없애고 싶다.
모두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런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