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그냥 재미있으니까"
영화 '버닝'에 나오는 섬뜩한 대사다.
재미로 사람을 유혹해서 태워 죽인다.
이 영화는 인강성 상실의 시대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6월 1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종수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특별한 재능도 배경도 없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이라며 혜미가 접근한다.
혜미는 자유분방하다.
혼자 살며 보일이라는 고양이를 키운다.
종수한테 고양이를 부탁하고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종수는 눈에 띄지 않는 고양이 밥을 주고 똥을 치우며 혜미를 기다린다.
드디어 혜미가 여행에서 돌아온다.
공항에서 혜미는 여행에서 만난 남자인 벤을 종수한테 소개한다.
종수는 속이 타지만 내색하지 못한다.
벤은 부유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혜미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종수.
모든 것을 가졌으나 초연한 듯 무심한 벤.
둘은 혜미를 두고 감정적으로 대립한다.
그러다가 혜미가 사라져 버린다.
아무도 사라진 혜미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종수만이 수상한 벤을 감시하며 혜미의 행방을 쫓는다.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들!
벤은 연쇄살인마였다.
벤은 연고가 없어서 실종되어도 찾는 사람이 없을만한 여자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인형을 수집하듯 여자들을 유혹하고 아무도 몰래 태워 죽인다.
자신이 죽인 여자들의 유품을 전리품처럼 모아두는 취미도 있다.
왜 태우느냐는 종수의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재미있으니까."라고 답한다.
영화에서 혜미와 종수, 벤은 서로 상반되는 색깔을 보인다.
혜미는 감각적인 욕망에 충동적으로 빠져들면서 방황한다.
벤은 일상의 무미건조함을 사람을 태워 죽이는 기행으로 달랜다.
종수는 가진 것이 없어도 뜨거운 열정을 지닌 사람다운 모습이다.
영화의 제목인 버닝은 태운다는 뜻이다.
각자 태우고 있는 것이 있다.
헤미의 충동, 벤의 권태, 종수의 사랑.
어쩌면 삶 자체가 무언가를 태우는 행위가 아닐까.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세포가 산소와 만나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결국 태우며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하여 태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