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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12. 2018

상담자의 자기 개방

열린 분위기

"선생님은 왜 심리학을 전공하셨나요?"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하세요?"

"선생님은 행복하신가요?"

......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가 상담자한테 사적인 이야기를 질문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자의 자기 개방이 상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상담자의 개방은 과해도 안 좋고 부족해도 안 좋다.

특히 분석 상담에서는 상담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내담자의 잠재의식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상담자가 투명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내담자가 내면 심리를 마음껏 투사하면서 심층적으로 분석을 해 갈 수 있다는 논리이다.

내담자는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상담자의 자기 개방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하겠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떨까?

상담자에 관해서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라는 이야기가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막상 그런 방식으로 상담이 진행된다고 상상해 보라.

인간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대한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까?

차라리 인공지능한테 상담을 받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담자가 상담에 익숙해지면 상담자한테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기곤 한다.

내담자 자신이 기계가 아닌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그래서 상담자의 사적인 감정이나 시각, 관심사 등에 궁금증이 생겨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상담자는 어느 정도까지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 좋을까?


상담자의 성향에 따라서 적절한 개방의 기준이 다를 수 있겠다.

그래서 먼저 상담자와 내담자의 가치관이 다를 경우에 어떻게 하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보겠다.

상담에서 가치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와 관련해서 크게 세 가지 입장이 있다.

가치 교육, 가치중립, 가치 활용이 그 세 가지이다.


가치 교육 입장이란 상담자의 가치관이 내담자의 가치관보다 더 성숙되고 바람직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상담자가 더 성숙되고 바람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내담자를 적절하게 안내하고 지도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가치관을 탐색해서 적극 교육하고 안내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주로 교육 상담이나 생활교육 차원에서 이 입장이 통용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심리상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입장으로 보인다.


가치중립이란 가치 교육과 완전히 다른 극단의 위치에 놓이는 입장이다.

내담자의 가치관에 상담자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누구나 자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 충실한 입장이다.

아무리 미숙하더라도 상담자가 내담자의 가치관에 개입하는 것은 개인의 고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 이야기한 분석 상담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 입장대로라면 상담에서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신념 같은 것이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가치 활용이란 가치중립 입장에서 생기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입장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가치관이나 신념 등을 적극 탐색하고 마음껏 표현하게 하면서 그 합리성이나 타당성을 보편적인 입장에서 다룬다.

이때 상담자 자신의 가치관이나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개방하면서 내담자가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돕는다.

기 입장에서는 상담자의 자기 개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상담자가 자기 개방을 어느 정도까지 하면 좋은가 하는 주제로 돌아가 보자.

상담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으면 너무 차갑고 인간미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상담이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감정까지도 다루는 작업이기에 내담자가 상담자를 따뜻한 인간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 상담자의 자기 개방이 너무 적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많은 자기 개방은 상담 과정 자체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내담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상담자의 이야기가 된다면 그것을 상담이라 할 수 있을까?


상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상담과정에서 개방하면서 상담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는 부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됨으로써 오히려 거리감이 없어지고 감정적으로 가까운 느낌이 들면서 더 강력한 상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합의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목표지향적 활동이다.

의견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해서 갈등이 생기거나 상담 관계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이럴 때 내담자가 상담자를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된다.

상담자가 자기 개방을 적절하게 해서 내담자가 인간적으로 상담자를 신뢰하게 되었다면 상담 과정에서 오는 위기를 극복하기 쉬워진다.

물론 상담자는 자기 개방을 하면서도 그것이 상담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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