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적폐
"개인의 일탈인가 구조적 적폐인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논란이 된다.
단체에서는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서 덮고자 한다.
3종 경기 대표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 안타깝다.
(7월 1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군 복무 시절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구타금지'였다.
무려 35년 전 일이다.
이제 군에서 구타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안다.
그런데 '군기를 잡아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들을 한다.
우리 군은 국군 즉 나라의 군이다.
일제시대에는 독립군을 잡는 일본군이었다.
소수의 지배자가 다수를 다스리는 방법이 바로 폭력이다.
군에서 구타가 일상화된 것에는 이런 슬픈 배경이 깔려 있다.
정말로 자주적인 군이라면 폭력이 용인될 수 없을 것이다.
선배와 후배가 협력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군기이고 사기가 아니겠는가.
강압적인 군기가 강했던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부하가 상관을 죽이는 일이 많았다.
자율적인 질서가 중요함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려 노력한다.
그만큼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고 지도자는 강한 자극을 주곤 한다.
욕설이나 구타는 강한 흥분을 일으킨다.
그 에너지가 잠재력을 일깨운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일으키지 않는 의지는 한계가 있다.
욕을 듣거나 맞아서 생기는 오기나 분노로 끌어내는 잠재력은 해롭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유망주에서 큰 부상을 입어 꿈을 접는 일을 자주 볼 수 있다.
무리하게 억지로 힘을 쓰기 때문이다.
억지로 강압해서 군기를 잡는 것과 다그치고 몰아쳐서 잠재력을 끌어내려고 하는 모습은 서로 닮았다.
한마디로 무지한 것이다.
여기에 개인의 비뚤어진 심성까지 더해지면 큰 비극이 발생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고 방치되면서 이런 구조악은 점점 더 크게 자란다.
수많은 젊은 목숨을 희생시키고 나서야 군에서 구타라는 악습을 멈출 수 있었다.
스포츠계의 오랜 관행은 아직 뿌리 뽑지 못한 듯싶다.
억눌리고 짓밟혀도 그냥 견뎌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호소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그 절망감을 어찌할 것인가.
이제 야만은 벗어버려야 한다.
강압과 폭력으로 유지되는 질서는 그 자체가 악이다.
자기가 하는 일을 마음이 내켜서 즐겁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더 이상 억지는 부리지 말자.

고 최숙현 선수를 애도한다.
관행이라는 구조악에 희생된 젊음들을 애도한다.
그릇되고 치우친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안타깝다.
관행에 길들여지지 않은 생생한 의식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