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누군가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것 같아요."
한 청소년의 사연이다.
독심술?
두렵기도 흥미롭기도 한 주제다.
(7월 2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가 간절히 원하던 것을 다른 사람이 말했다.
순간 그 사람이 사연자의 생각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부터 그 사람이 사연자의 생각을 읽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생각을 읽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의 생각을 읽는 초능력을 갖고 싶기도 하다.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정신병 같은 것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연자는 진지하다.
과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어찌 알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꺼낸단 말인가.
생각이 읽힌다고 생각하니 두렵다.
초감각 지각(ESP) 연구가 활발했던 때가 있었다.
감각기관을 넘어서는 지각 현상을 말한다.
가려진 것을 본다거나 남의 생각을 맞히는 것처럼 말이다.
텔레파시는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현상이다.
방사선도 통과하지 못하는 벽을 뚫고 뇌파가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일반화되기는 어렵다.
초감각 지작과 오 지각을 구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현상 자체보다 해석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사연자가 '생각이 읽혔다.'고 해석한 정황을 보자.
자신이 속으로만 갖고 있던 생각을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이것을 생각이 읽혔다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독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취향이나 사고방식이 비슷하면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갖는다.
말로 하지 않아서 서로의 의중을 알아차리는 친밀한 관계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것들을 다 생각을 읽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까.
보편성이 없는 생각을 자꾸 하다 보면 착각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한 가지 의심이 일어나고 그 의심을 곱씹다 보면 그 의심이 실제 사실로 여겨질 수 있다.
사이비 종교에 빠졌던 사람들이 정상적인 판단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이유다.
생각을 많이 하면 그 생각이 사실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사람은 외부 자극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구름에 온갖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애매한 자극을 그냥 그대로 보지 않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식으로 사건과 사건을 연결시켜 받아들이곤 한다.
생각을 읽는 것인지 우연히도 생각이 같았던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안다면 기분이 어떨까.
마음을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무엇보다 자기가 자기 마음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