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에 대해서

사춘기

by 방기연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니 심란합니다."

고1 학생의 고민이다.

툴툴거리면서도 엄마의 말씀을 따랐었는데 이번에는 거절했다.

잘못한 것인가 싶어 마음이 개운치 않다.

(7월 2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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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자는 고등학생이다.

기말시험에 대비해서 공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켈리그래피를 배우러 가자고 하신다.

이전에도 상의하지 않고 어머니가 정한 대로 한 적이 많다.


사연자는 중학교 때 학교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운 적이 있다.

당시에 어렵고 잘 되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어머니한테 말씀을 드리니까 가르치는 사람이 다르다며 가자고 하신다.

완강히 거부하자 속내를 드러내신다.


어머니는 사연자의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쳐주고 싶다는 것이다.

사연자도 자신의 글씨체가 특이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결국 설득에 실패한 어머니는 사연자의 휴대폰을 가지고 동생과 함께 가셨다.

여태까지는 툴툴거리면서도 따라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거부한 것이다.


사연을 올리면서 어머니를 비난하지는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어머니의 행동이 사연자를 위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거부하고 나서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마음이 무겁다.


사연자는 엄마한테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했다.

엄마도 막무가내로 강요하지는 않았다.

모자가 나눈 대화를 보면 심한 갈등이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사춘기란 아이가 어른으로 탈바꿈하는 시기다.

의존하던 아이가 독립된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짧을 수도 있고 아주 길 수도 있다.

사실상 사춘기를 아주 성공적으로 잘 마치는 경우는 드물다.


어른들한테 발견되는 미성숙한 부분들은 사춘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이미 익숙했던 가치와 새로운 가치들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혼란을 겪는다.

사연자도 이제 나름의 판단과 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보살핌도 조정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아주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자식의 성장과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아이 입장에서도 부모의 인상이 강하게 박혀 있기에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정당한 주장을 하고 나서도 씁쓸한 찌꺼기가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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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가치관이 급변하는 시기다.

탈바꿈에 따르는 진통과 방황을 겪곤 한다.

핵심은 상호 존중과 이해다.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풀어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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