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심
"조기졸업을 하는 고2 아들이 성적을 비관하며 부모를 원망합니다."
고2 자녀를 둔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머리가 나쁘게 태어났기 때문이란다.
부모와 이야기해도 오히려 답답해진다고 하는데 엄마는 더 답답하다.
(8월 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개구쟁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아주 옛날 광고 문구다.
부모가 자라나는 아이한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건강, 성격, 성적, 대인관계 가운데 우선순위는?
사연자는 아들의 고민이 안쓰럽다.
그래서 힘들면 그만 하라고 했더니 그러면 자신의 인생을 망친다며 답답하다고 한다.
엄마는 더 답답하다.
아들한테 힘이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까 머리가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그렇게 낳았기 때문에 자기가 고생한다는 말이다.
부모를 탓하고 원망하는 아들의 말에 부모의 속은 어떨까.
엄마는 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에 빠졌다.
자녀와 대화를 풀어가는 방법이 있다.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언을 하거나 해결해주려 하지 말고 심정을 헤아리며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면?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
아이가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할 때 사연자는 어떻게 했는가.
힘들면 그만두라고 했다.
이 말이 아들한테 어떻게 들렸을까.
너무 섣부르게 충고를 한 셈이다.
아이가 엄마한테 해결책을 구하지 않았는데 해결해주려 했다.
그래서 어긋난 것이다.
결국 아들은 대화를 거부한다.
"성적에 너무 부담을 느껴서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공부하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더라."
"엄마는 성적보다도 네 건강이 더 걱정이야."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꺼냈다면 어땠을까.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가 있다.
서로 상대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못하면 어긋나기 쉽다.
어떤 마음을 나누고 싶은지 관심을 가지며 대화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입장 차이가 소통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으면 같은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이해하면 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어찌하려 하면 안 된다.
나는 내 마음에 충실하면 된다.
이것이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세다.

속상해서 내뱉는 말에 걸리면 곤란하다.
말 자체보다 속상함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오류를 지적한다고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시비를 가리기보다 심정을 알아주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