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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17. 2018

상벌은 상담에서 효과가 있을까?

인지행동요법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더 하려고 한다.

벌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그만두려 한다.

아주 단순한 상벌의 효과이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다.

과연 상벌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중학교를 졸업할 때 개근상, 우등상을 비롯해서 상장을 4개나 받았던 기억이 있다.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진 않았지만 막상 받으면 기분이 뿌듯하고 좋았다.

그 때문일까 내 일상을 아주 성실하게 했고 고등학교 졸업에서는 무려 7개나 상을 받았다.

열심히 일상생활을 한 것 자체로도 만족스러웠는데 상까지 받으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하늘을 찔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군부가 집권했던 독재시대에 대학을 다니는 일은 그것 자체로 벌이라고 해도 좋은 상황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일까를 고민해야 했다.

세상이 어떻든 도서관에서 학업에 매진하는 것이 무언가 비겁한 행동으로 보이던 시절이다.

길을 가다가도 불쑥 불심검문이란 것을 당할 때에는 화도 나고 참담한 심정에 가슴이 먹먹했다.

가치관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양심을 저버리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편입될 수는 없었다.

결국 떳떳하게 사는 길을 택했고, 그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너는 고등학교까지는 상만 받아오더니 어째서 대학교 이후로는 상은 받아 오지 않고 자꾸 문제가 생기니?"

어머니는 자랑스럽기만 했던 셋째 아들이 현실에 고민하는 것이 안타까우셨다.


어떤 행동에 보상을 주면 그 행동을 더 하게 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라고 한다.

일상의 용어로는 '상(賞)'이다.

반대로 처벌을 하면 그 행동이 줄거나 없어지게 된다.

이를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라고 한다.

일상 용어로는 '벌(罰)'이다.


일반적으로는 칭찬이나 인정해주거나 보상을 해주는 것이 상이 된다.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진 기분이 그 행동과 연합되면서 행동을 더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난이나 꾸중, 처벌을 하는 것이 벌이 된다.

벌을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나빠진 기분이 그 행동과 연합되면서 행동을 그만두거나 덜 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분이다.


상담에서도 상담자가 귀를 기울여 듣고 관심을 보이는 부분을 내담자가 더 이야기하게 된다.

부지불식 중에 상벌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상담자의 관심과 반응이 내담자한테는 보상이 되는 셈이다.

심지어 상담자가 내담자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보상이 된다.

반대로 팔짱을 끼거나 시선을 다른 것으로 두는 것들은 처벌로 작용한다.


상담에서 내담자한테 미치는 상담자의 영향력은 아주 강력하고 중요한 변수가 된다.

내담자의 바람직한 언행에 상담자가 관심을 보이고 초점을 맞추면 내담자는 자신의 행동습관을 거슬러서라도 행동을 더 하게 된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서 좋지 못한 행동 습관을 바람직한 습관으로 바꾸는 작업이 가능해진다.

인지행동요법이란 분야에 기본 원리이다.


그런데 상벌의 원리와 정반대로 보이는 원리도 작용해서 일이 복잡해진다.

언뜻 보기에 상이 주어지는데도 행동이 강화되지 않거나 오히려 줄고, 벌이 주어지는데 행동이 강화 된다.

공부를 잘해서 보상을 주었더니 아이가 공부를 안 해버린다.

연구해 보았더니 보상이 정적 강화로 작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는 보상을 받는 것과 공부를 연합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보상으로 만족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공부 자체에는 흥미를 잃었다.


행위 자체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을 내적 보상이라 한다.

숙제를 해내거나 일을 마쳤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 같은 것이 내적 보상이고, 이는 그 행위 자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보상이다.

행위의 결과로 주어지는 물질적인 보상이나 칭찬, 인정 같은 것들은 외적 보상이라 한다.

행위자의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적 보상이 너무 크면 오히려 내적 보상이 줄어든다.

성적이 좋아서 준 보상이 오히려 공부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갉아먹은 셈이다.

그래서 보상이 오히려 행동을 줄이게 된다.



상을 통해서 행동을 강화하려면 내담자가 만족을 느끼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실제로 내담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행동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상담자의 관심과 인정은 내담자한테 보상으로 작용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저항을 유발할 수도 있다.

행동을 강화하려고 주었던 보상이 오히려 그 행동의 동기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처럼, 지나친 관심과 과한 인정으로 저항감을 일으키는 어리석음을 조심해야 하겠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주관적인 느낌에 적절하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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