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
"지난 3월부터 제 심리상태가 이상합니다."
17세 고등학생의 하소연이다.
최근 들어서는 잠도 잘 자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9월 7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중학생 시절을 후회한다.
양아치 짓을 한 것이 부끄럽다.
지금은 반장이고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한다.
나름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철저하게 만든 모습이라 생각한다.
3월부터 느껴진 감정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다.
다친 동물을 보면 차라리 죽여주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구차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대외활동을 하는데 거리낌은 없다.
선생님한테 고민을 말하려 했는데 그냥 좋은 말씀만 해 주셨다.
매사가 귀찮고 심지어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하루에 2시간도 자지 못하고 있다.
사춘기가 또 오는 줄 알았다.
사연자를 힘들게 하는 마음의 정체가 무엇일까.
미세한 자의식이 아닐까 싶다.
사연자는 과거를 후회하고 있다.
부끄러운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썼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름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사연자 자신이 확신을 가지지는 못한 것 같다.
자신이 변화된 것인지 변한 것처럼 보이기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극복했다고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남들한테 좋은 소리를 들을수록 자기 의심은 더 커진다.
사연자 자신이 아는 자기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갈등이 생긴다.
자신이 보는 자기와 남들한테 듣는 자기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섣부른 칭찬이나 위로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자신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음을 모른 채 갈등은 점점 커져 간다.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데도 마음이 불편해지니 당황스럽다.
급기야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갈등이 커졌다.
자의식이 마음을 점령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나는 양아치다.'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자의식이 지워지지 않는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자신을 믿고 안 믿고는 사실상 선택의 영역이다.
한번 강하게 박힌 자의식은 강력한 족쇄가 되곤 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도 껍질을 벗으며 성장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라고 의식한다.
사실 과거는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실제로는 날마다 새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