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혼란
"내 감정도 나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마음이 텅 빈 것 같아요."
정체성 혼란이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대부분 무시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9월 8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의 나이는 모르겠다.
성인일 수도 청소년일 수도 있다.
정체성에 혼란이 온 것이다.
왜 이런 혼란에 빠질까.
사연자는 다른 사람에게 부러운 것이 있으면 따라 해 왔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은 점이 있으면 배우려 했다.
다른 사람을 본보기로 자신을 고치고 나아지려 애썼다.
그런데 지금은 따라 할 만한 본보기가 없다.
목표가 사라지니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
감정도 잘 느껴지지 않고 그저 혼란스럽다.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다.
어찌해야 좋을까.
영장류는 특히 모방학습에 능하다.
따라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도 모방학습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다.
모방하려 의식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따라 하게 되곤 한다.
어릴 때는 누군가를 따라 배우는 것이 필수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익혀야 할 것들을 남을 따라 하며 배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역할이 달라진다.
달라지는 역할에 적응하기 위해 사춘기를 거친다.
사춘기는 방황하고 반항하는 시기가 아니다.
자신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다.
이때 풀어야 할 과제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사연자가 부닥친 심리상태가 바로 이것이라고 하겠다.
따라 할 만한 본보기가 있을 때는 이 질문이 가려진다.
열심히 보고 배우고 익히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상황이 변한다.
풀지 못했던 이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사춘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갱년기도 마찬가지다.
은퇴나 실직으로 자신의 역할이 바뀌면서 막막해진다.
중년에 마주치는 이 혼란을 사춘기에 빚대어 사추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본보기를 따라 배우느라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바쁜 것.
자신이 누구인지 열심히 찾는 것.
어떤 인생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사연자가 '그냥 다 모르겠다'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모르고 있음을 자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방식으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사람마다 원하는 삶은 다를 수 있다.
스스로 살고자 하는 삶이 분명할수록 덜 휩쓸릴 것이다.
어설픈 앎보다 아예 모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