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성
"어머니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서 사고를 치네요."
한 아들의 하소연이다.
늘 술에 절어 있지는 않지만 술을 마시면 절제를 하지 못 하신다.
강하고 현명하셨던 어머니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9월 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2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전에 노름 때문에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다.
노름으로 많은 빚을 남긴 채 가셨다.
상속 포기로 빚은 해결 했다.
어머니는 고생을 하시면서도 강하고 현명했다.
지금은 형이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사연자는 혼자 서울에서 산다.
울적해하시면 시간을 내서 달려가곤 한다.
속을 썩이던 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이젠 고생하실 일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면 폭음을 하고 사고를 친다.
술에 취해 크게 다친 적이 여러 번 있다.
60대 중반이라 건강에 신경 써도 모자랄 텐데.
좋게 말씀을 드려도 그때뿐이다.
싫은 소리를 하면 노여워하신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형은 포기한 상태다.
사연자도 어머니만 아니라면 욕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객관적인 상황은 나아졌는데 왜 일상이 허물어질까.
참고 살아온 것이 폭발하듯 올라오는 현상이다.
어려움 속에서 살림을 하느라 꾹꾹 눌러 온 것들이 설움으로 올라온다.
술은 그 설움을 잠시라도 잊게 해 주는 도피처가 된다.
자신이 쓸모가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의욕이 생긴다.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연자의 어머니는 그것을 잃어버렸다.
고생스러울 때는 지나치리만큼 자신이 할 일이 많았다.
남편이 죽으면서 골칫거리들이 없어졌다.
이제 더 이상 고생하고 애쓸 일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바쁠 때는 미처 돌보지 못했던 속마음이 이제 와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서럽고 한 맺힌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어 술로 잊는다.
어머니한테 일감을 드리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형제가 가정을 꾸려서 손주를 돌보게 해 드리면 저절로 풀릴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술 동무를 해드려서 한을 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무튼 어머니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은 의미를 찾는다.
의미가 없으면 의욕도 없다.
편하게 해 드린다고 효도가 아니다.
죽는 그날까지 의미 있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