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남
"남친하고 싸우다 다쳐서 사과를 받고 싶어요."
사소한 감정 다툼이 아니다.
심각하게 다투고 관계가 끊어진 수준이다.
그런데 사연자는 사과를 받고 싶다.
(9월 1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둘이 다툰 정황은 이렇다.
남친이 싸우고 나서 헤어지자는 느낌의 말을 하길래 찾아갔다.
술에 취해 자고 있었는데 깨우니까 그냥 가라고 화를 내었다.
버티니까 경찰을 불렀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유리도 깼다.
급기야 사연자를 붙잡아 내동댕이 쳤다.
사연자는 넘어지면서 상처가 났다.
팔목에도 멍이 들었다.
용서하지 않고 고소할 거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읽고 그냥 씹었다.
심지어 연락처를 차단하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자신도 잘한 것이 없어서 고소는 하지 않았다.
상대의 처벌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물건을 던져 부수고 유리를 깨던 모습이 끔찍하다.
그 일을 다시 떠올리기도 싫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사연자는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싶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그저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왜 진정되지 않을까.
사연자의 마음은 온통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너무 일방적인 마음 아닐까.
둘이 싸우다가 경찰을 부를 정도라면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분노하게 했을까.
만약 평소에도 공격적이거나 폭력성을 보이던 남자라면 이번 일로 그렇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사연자는 감정을 속으로 삭히는 유형은 아닌 것 같다.
혼자서 전전긍긍하기보다 바로 감정표현을 해왔을 것이다.
아마도 남친의 반응은 그동안 관계에서 쌓여왔던 것이 폭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연자가 조금 더 냉철하게 돌아봤으면 좋겠다.
상대의 행동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도 같이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상대를 화나게 한 자신의 행동이 없었는지 살펴본다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관계는 일방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나만 보고 남을 보지 못하면 자기 생각에 갇힌다.
남만 보고 나를 보지 못하면 중심 없이 헤맨다.
나도 남도 보지 못하면 억울하고 깜깜하다.
나도 보고 남도 보면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