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30대 중반인데 어머니의 간섭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아주 짤막한 사연이다.
성인인데 아이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사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9월 1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35세 남성이다.
이십 대 중반에 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침체기가 있었고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다.
3년 전부터 중고차를 구입해서 어머니를 태워드리고 있다.
3년 동안 빼먹지 않고 어머니 출퇴근을 시켜드렸다.
그런데 어머니한테 불만이 있다.
라면을 먹겠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밥을 차려 준다.
어제는 화가 나서 밥을 안 먹고 라면을 먹었다.
사연자는 어머니가 자신의 말과 반대로 하는 것에 화가 난다.
그것이 심한 간섭으로 여겨진다.
이런 생각이 30대 중반 어른이 하는 생각일까.
혹시 이십 대 중반의 사고로 정신이 퇴행하지 않았나 의심된다.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해서 라면을 차려주어야 할까.
자식의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라면 정성스레 밥을 차려 줄 것이다.
물론 자식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어른이라면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지 않는가.
라면을 요구했는데 밥을 차려주었다고 해서 짜증을 내는 것은 철없는 아이의 모습이다.
어른이라면 삐치거나 짜증을 내는 대신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정말로 라면을 먹고 싶었다면 스스로 끓여 먹으면 될 일이고.
더 중요한 문제는 어머니가 간섭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연자의 관점이다.
3년 동안 빠지지 않고 어머니를 태워드린 것을 보면 사연자는 성실하거나 고지식하다.
여러모로 생각할 줄 아는 유연성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입장을 바꿔 생각할 줄 알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
어른다운 사고방식이라면 유연하게 상대를 헤아릴 줄 안다.
만약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퇴행이 일어났다면?
성실하고 착실한 성품은 그대로일 수 있다.
하지만 퇴행으로 사고의 유연성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철없는 아이처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이 사연자는 어쩌면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할 수 있게끔 안내하고 훈련을 시켜야 할지 모른다.
사연자나 내담자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상담이 아니다.
때로는 사연자나 내담자의 자기 중심성에 도전해야 한다.

생각이 짧아 경솔한 판단을 하는 사람.
감정이 널뛰기를 하기 쉽다.
편들어주거나 달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성숙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