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
"어릴 때 엄마한테 받았던 학대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성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십 대 후반 남자의 하소연이다.
혼자 극복할 수 없어 사연을 올렸다.
이렇게라도 도움을 청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9월 2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건이 터진다.
원인을 찾는다.
탓하고 책임을 지운다.
원망심이 커진다.
어려움이 생긴다.
이유를 찾는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골라잡는다.
탓하며 책임을 모면한다.
인생이 불행해지는 길이다.
이 사연자도 이런 길 위에 놓여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른 길을 찾으려 한다.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사연자는 8번 시도를 했다.
그런데 두 달을 넘긴 적이 없다.
싸워서 헤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사귀어도 헤어져도 그만이라는 태도 때문이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사귐을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사귀기 시작하면 마음이 시들해진다.
결국 이성은 떠나간다.
이런 경험이 무려 여덟 번이나 된다.
어릴 적 엄마한테 학대받은 경험 때문일까.
부모님이 이혼하여 마음이 위축된 탓일까.
심리학 책을 뒤져보거나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럴듯하긴 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과거 사건이 아니다.
지금 내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런데 마음을 과거 사건 기억으로 쓰고 있으니 금방 방전된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살지 못하는 모양새다.
학대받은 경험으로 학대행위에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다.
어릴 때 어쩔 수 없이 당했다 하더라도 성인이 되었으니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학대받은 기억을 뼈저리게 새겨서 남다른 배려심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 자체는 어쩔 수 없어도 그와 관련되어 마음을 내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과거 때문에 현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바로 지금 내는 마음으로 결정된다.
과거는 단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과거로 끌려가는 마음 에너지를 현재로 되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