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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21. 2018

삶이 재미없어지는 이유

성격구조

성실하고 끈기 있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경우가 많다.

큰 어려움이나 곤란을 겪지 않는데도 늘 심각한 표정이다.

일상을 들여다보면 규칙적이고 정돈되어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이면 그것을 성격이라고 한다.

활발한 성격, 침울한 성격, 소극적인 성격, 적극적인 성격, 이기적인 성격, 착한 성격...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성격이란 말은 그 대상을 규정짓는 틀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자신 또한 그 틀에 갇혀 사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심리학에서는 불변하는 성격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천성이 그래" 하는 말은 심리학에서는 오류일 뿐이다.

사실상 어느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사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명랑하고 활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울적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을 특징짓는 틀과 실제 그 사람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익숙해진 행동습관이나 사고방식 같은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영향력이 크다.

웬만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의 특징이나 선호, 취향 같은 것들을 정해놓고 경계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성격이라든가 천성이라든가 이름 붙이면서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대로 삶을 꾸려가면서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지는 않는다.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거나 무시하거나 경계를 한다.

늘 의무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유분방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서 내심 부럽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바꾸지는 않는다.

이미 굳어버린 삶의 방식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낯설어하면서 경계한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 말씀을 곧이곧대로 들으면서 모범생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규칙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들은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실하게 해야 할 바를 다하면서 하루하루를 참 열심히 산다.

이런 삶의 방식 덕분에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아주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확률도 극히 낮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데, 문제는 그런 삶이 재미있거나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성실하게 의무를 다하는데도 그다지 즐겁지 않다.

특히 그들이 보기에 그다지 성실하게 살지 않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대우를 받는 경우에는 심지어 억울하기까지 하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왜 이들의 삶은 늘 무거울까?


인간의 잠재의식에는 크게 세 가지 성향이 있다고 한다.

쾌락 원리를 따르는 원초아, 현실 원리를 따르는 자아, 도덕 원리를 따르는 초자아가 그 세 가지인데, 이들의 조합으로 우리가 흔히 성격이라 부르는 삶의 방식이 결정된다.

원초아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본능에 충실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다. 이들의 감정은 총천연색이며 화려하지만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일 수 있다.

자아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현실에 충실하다. 가능한 것에 집중하고 불가능한 것은 포기한다. 이들은 감정조차 계산한다. 정확하기는 하지만 인간미가 없을 수 있다.

초자아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당위성에 충실하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철저히 따른다. 보통 이들은 감정을 억압하면서 올바르게 행동하려 하지만 자유롭지 못하다.


열심히 사는데도 삶이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너무 초자아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감정보다 당위성을 앞세우면서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한다.

심지어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일상도 의무감이나 당위성의 잣대로 판단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설렌다거나 즐긴다거나 하는 개념이 없다.

당연히 재미없는 일상으로 삶이 채워진다.



열심히 사는데도 삶의 무게가 늘 무겁다면 자신의 성격구조를 살펴볼 일이다.

초자아에 치우친 구조를 바꾸어서 원초아도 쓸 줄 알아야 한다.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의무감으로 하느냐 호기심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의무감, 당위성이라는 잣대로 삶을 바라보면 감정은 빛을 잃는다.

설레는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면 감정은 활기를 띠면서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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