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Dec 26. 2018

상담으로 보는 종교문제

건강한 신앙생활

"제게는 늘 주님이 함께 하셔서 저는 아무런 걱정이 없이 매일 기쁨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상담을 하러 오셨나요?"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고 친한 친구가 없어요."

"어떻게 되기를 바라시지요?"

"저는 주님이 늘 함께 하시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

이런데 상담이 될까요?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를 사적으로 깊이 나누는 것을 조심한다.

정치 이야기는 이미 정해진 생각대로 서로 다투게 되기 십상이고 종교 이야기는 타인의 자유의지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게 여겨진다.

나와 다른 견해나 가치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예의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독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 사이에서 소통이 되기 어렵고, 예의를 지키지도 않는 것 같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극히 사적인 신념을 건드리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보통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경우는 그의 삶 속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과 연관되어 있기 마련이어서 드러내어 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아주 절박한 순간에 구명줄로 잡은 것이 종교인지라 보편타당하고 이치에 맞는 객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사이비 종교나 허황된 주장에 깊이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맹목적인 신념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종교란 말 그대로 보면 '최고의 가르침'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르침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높은 가르침이 종교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개인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그 자신의 종교라고 보면 되겠다.

누군가 을 최고로 여긴다면 그의 종교는 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종교라는 형태를 갖춘 집단들이 존재한다.


종교라고 하면 기독교, 불교, 천주교, 회교, 원불교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조직 속에서는 성직자와 신도가 나뉘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에 교사와 학생이 나뉘는 것처럼 각 종교 교단에는 그 종교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성직자들과 그 가르침을 따르며 교단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신도로 나뉜다.

그리고 성직자는 신도를 그 종교의 가르침으로 이끌고 인생 사는 방법을 안내하기도 한다.


심리상담에서 종교 문제를 다룰 때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종교의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내담자가 유일신을 믿는다고 해서 상담자가 합리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신을 믿어야 상담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인 신념이 내담자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연관을 밝혀서 내담자한테 알려주는 것이 상담자가 할 일이다.

그렇기에 굳이 상담자와 내담자의 종교가 같을 필요는 없다.


종교적인 신념을 빙자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나 신념을 주위 사람들한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되는데, 상담에서는 종교적인 신념과 그 자신의 사적인 신념을 구분해서 직면시켜야 한다.

특히 내담자와 상담자가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 조심할 필요도 있다.

내담자의 사적인 신념이 종교적인 형태로 포장되어 상담자의 격려와 지지를 받게 된다면 그 일방성이나 독단성이 더 강화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담자와 주변 환경의 갈등은 그 골이 더욱 깊어지고 만다.


종교적으로 부딪히는 갈등을 상담으로 풀어가는 것은 가능할까?

상담은 자신과 주변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간다.

종교적인 갈등도 알고 보면 종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구와 관점의 부딪힘이다.

그래서 종교문제를 상담으로 해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합리한 사고방식이 문제를 만들고 갈등을 크게 하는 것처럼 종교적인 신념의 형태를 가진 비합리성이 관념의 감옥이 되어 평화를 깨뜨린다.

종교문제라는 껍질을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욕구와 사고방식을 상담을 통해서 밝혀내고 바로 잡음으로써 잃었던 자유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상담에서 바라보는 종교문제는 결국 신념의 합리성과 상호 존중의 문제일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나원 상담의 이론적 배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