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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27. 2018

정신을 차린다는 것

알아차림

"정신 차려"

제정신을 잃고 있을 때 듣게 되는 소리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이 다른데 그것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도 상대한테 정신을 차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진짜로 정신을 차리면 차이를 그대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정신 차리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심리를 살펴본다.



먼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들을 보자.

잠에서 깬 직후에 아직 정신이 몽롱할 수 있다.

이때 찬물로 세수를 하거나 심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곤 한다.

잠에 취해 있거나 술에 취해 있거나 정신이 또렷하지 않고 몽롱한 것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사고나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마약에 중독되었다면 맑은 정신이 아니라 몽롱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고, 이렇게 정신이 기능을 하지 못하면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다.


극도로 흥분을 하거나 화가 나 있는 경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눈에 뵈는 게 없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심하게 흥분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충동을 조절 못 해서 사고를 치고 만다.

제정신을 잃고 위험한 살상 무기가 되어 큭 피해를 끼치는 모습이다.


이처럼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는 정상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제정신을 잃고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심지어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거나 피해를 입고 나서도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기까지 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제정신인 줄 착각하고 있을 때가 진짜 위험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사실 갈등이나 분쟁은 이렇게 생긴다.


심리적으로 설명하자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 깨어 있지 못해서 자극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극도로 흥분하거나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습관적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이것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란 말이다.

각자 자신의 경험대로 현상을 왜곡해서 바라보면서 자기주장을 하고 상대를 바꾸려고 할 때 갈등이 일어난다.

"도대체 널 이해할 수가 없어." 라 말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관점에서 분명히 그렇게 보일지라도 다른 입장이나 관점에서는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아는 것이 정신을 차리고 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생각이나 관점이 다른 경우에도 갈등을 일으키거나 기싸움을 하면서 이기려 들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애써 본다.

갈등하거나 다투는 것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바르게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대로 조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한다면 이는 정신을 고정관념에 뺏긴 꼴이다.

고집스럽다면 관념의 노예라 할 만하다.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이런 노예의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사물이 제 모습으로 보이고 판단도 이치에 맞게 하게 된다.

선입견에 휘말리거나 감정에 휩쓸려서 사고를 치지 않는다.

마치 맑은 거울에 사물이 그대로 비치는 것처럼 고요한 마음에 현상이 있는 그대로 반영된다.

정신을 차려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상담은 정신을 차리는 활동을 일관되게 시도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자신의 습관대로 익숙한 방식대로 행동해서 풀지 못하는 일상의 문제들을 정신을 차려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풀어가고자 한다.

인간이 가진 '생각하는 능력'을 제대로 쓰는 셈이다.



호흡을 가지런히 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

자신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으로써 정신을 차린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면 사물이 제대로 보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문제가 풀리고 일상이 원만하고 순탄해진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정신을 차리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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