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
"성격을 고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돼요."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한 학생의 호소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조언을 듣고 싶다고 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도움을 구할 줄 아는 기특한 학생이다.
(1월 1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성격을 바꾸고 싶다.
화를 낼 때와 내지 않을 때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속으로만 담아 둘 것을 표현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고치려 해 보지만 잘 되지 않아 답답하다.
화가 많은 것 같아 잘못을 인정해 보았다.
인정하니까 고쳐지기는 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만만하게 대한다.
뭘 어떻게 고쳐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
사연자는 자신이 entp인데 enfp로 바꾸고 싶단다.
아마도 좀 더 공감적인 성향을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바람직한 대안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심각한 결함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황에 알맞은 반응을 하지 못하는데 판단력이 약화되면 어떨까.
변화에는 긍정적인 순작용 뿐 아니라 부정적인 역작용도 따를 수 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식이다.
공짜는 없다.
이전보다 화를 덜 내니까 친구들이 만만하게 보는 일이 생긴다.
참을 줄 알게 되니까 속에 쌓이는 것도 많아진다.
쌓인 것이 폭발하다 보니 어쩌다 폭발하게 되면 조절하기 어렵다.
원하는 대로 바꾼 것 같지만 몰랐던 문제가 새로 생긴 셈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알맞은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것과 그것을 얻기 위한 방법이 들어맞아야 한다.
대충 했다가는 새로운 문제만 떠안게 될 위험이 크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지 않는가.
성격은 일관된 행동 경향성일 뿐이다.
고정되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규정하고 제한하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자신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을 구하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제대로 된 방법을 알기만 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예 모르는 것보다 설익게 아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오래되었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격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다.
규정하고 닫아거는 것보다 열어두는 것이 좋다.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