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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29. 2021

원래 다 이렇게 사는 건가요

책임전가

"원하는 것을 얻어도 마음이 비는 느낌이에요."

한 고등학생의 하소연이다.

가난한 데다 부부싸움으로 집안이 시끄럽다.

모든 집이 다 이렇게 사는지 궁금하다.

(1월 2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부모님 두 분 다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아버지는 계속 사업을 하시는데 코로나로 더 악화되었다.

부모님 두 분이 자주 싸우시고 아버지는 싸움이 심해지면 잠수를 타신다.

어머니는 사연자를 붙들고 온갖 하소연을 한다.


사연자는 고등학생이다.

어릴 때부터 보아 온 부부싸움이 지겹다.

부모님은 형편이 어려워도 사연자가 원하는 것은 다 해주시는 편이다.

그런데 가난하다고 말하면서 해 주니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어머니가 아버지 탓하는 소리를 듣기 싫다.

더 괴로운 것은 사연자를 시켜 아빠한테 요구하는 것이다.

사연자도 이기적으로 부모님한테 요구를 한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얻어도 오히려 마음이 빈 것 같아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난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일까.

아니면 자꾸 싸우기만 해서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을까.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못난 부모가 자식한테 짐을 떠넘긴다.

스스로 책임질 줄 모르기에 자식도 본받아서 부모 탓을 한다.

문제를 제대로 알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사연자는 원하는 것을 얻어도 마음이 비는 것 같다고 했다.

화풀이를 하려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만족하려면 진짜 욕구에 충실해야 한다.

원하는 물건을 얻는다고 욕구가 해결되지 않기에 공허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연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워낙 보고 들은 것이 없어서 원하는 것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신세한탄이 싫고 가난한 형편이 창피하고 아빠의 무능이 짜증 난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조차 가질 여유가 없다.


희망이 있어야 의욕도 생기는 법이다.

이 사연자와 상담을 하면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확인한 다음에 현실을 차분하게 돌아본다.

지금의 환경을 오히려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를 구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책임전가는 결국 고통을 키우는 악수다.

탓하며 원망하는 대신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안다.

이것이 행복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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