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엄마한테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어요."
성인인 된 한 남성의 하소연이다.
보수적이고 완고한 어머니가 불편하다.
엄마를 이해하기 어렵다.
(2월 1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3녀 1남 중 막내아들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중고생이 되면서 통제를 심하게 받기 시작했다.
통금, 휴대폰 압수, 이성 친구 금지, 공부하라는 압박.
엄마는 "나하고 사는 동안은 복종해라."며 강요를 하셨다.
사연자는 엄마한테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성인이 되어 여자 친구가 생겼다.
그런데 엄마와 지낼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
엄마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는데 항상 자신은 옳다고 하신다.
말이 통하지 않는 엄마와 잘 지낼 방법은 없을까.
부모의 양육 방식을 생각해보게 하는 사연이다.
아주 어린아이한테 부모는 절대적이다.
부모도 한계가 있어 못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부모한테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야말로 '품 안의 자식' 시절이다.
아이가 조금 자라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다른 아이의 환경을 만나면서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
이전에 없던 불만이나 새로운 욕구가 생긴다.
크고 작은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부모도 못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기부터 알게 된다.
하지만 가슴으로 이 사실을 느끼는 것이 철이 든 다음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들면 부모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이 안 들면 끝없이 부모한테 요구하고 원망하게 된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같은 양육 방식을 쓰기는 어렵다.
아이의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율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데 계속 아이 어릴 때의 양육 방식을 고집하면 어떻게 될까.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명한 부모는 자녀가 통제나 간섭이 아니라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사실 부모의 진심은 자녀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양육하면 본래 의도를 벗어나게 된다.
이 사연자의 고민에서 이 사실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흔히 자식은 내 소유가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부모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자율성을 존중하고 길러주는 양육이 필요하다.
성인이 된 자녀와 오래도록 친밀감을 유지하고 싶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