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비하
"제 취미나 성향이 먹고살기 힘든 쪽이라 미래가 걱정됩니다."
중3이 되는 학생의 고민이다.
공부를 못하고 싫어해서 예술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세상 살기 힘든 성격이라고 자신을 평가하고 있다.
(2월 2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위축되어 있다.
자신의 취미나 성향을 하찮게 여긴다.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자신은 없다.
제과 제빵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그런데 부모님은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과 병행해야 한다고 하신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필수인 영어나 수학을 공부하기 싫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예술 쪽을 좋아하는 성향이 공부를 못해서인 것 같다.
자신의 미래가 심하게 걱정된다.
이런 사연을 보면 안타깝다.
치우친 고정관념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연자가 위축되어 자기를 비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어 수학을 잘하지 못하면 세상살이가 힘들어진다는 게 사실일까.
민감한 정서가 약하고 불리한 특성일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위축되어야만 할까.
이 사연자는 평범한 청소년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고민 또한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전 세계에서 꼴찌인 우리의 청소년 행복지수를 반영한다.
자신의 성향마저 비하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광기가 싫다.
민감한 감수성은 아주 귀한 선물일 수도 있다.
그런데 획일화된 가치관은 선물을 구박데기로 취급한다.
더 기가 막힌 일은 공부를 잘한다는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성을 갖추지 못한 전문직 종사자를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이 사연자를 응원하고 싶다.
공부가 필수라는 생각이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문제라고 알려주고 싶다.
감수성을 살려 자신의 삶을 꾸려가라 격려하고 싶다.
자기 긍정과 수용이 힘이다.
자기 부정과 비하는 절망이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아이들이 즐거운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