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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23. 2021

호기심에 해봤다는 소개팅 앱

억압의 부작용

"임신으로 부부관계가 중단된 후로 소개팅 앱을 깔아 여자들과 채팅을 했더군요."

우연히 남편의 핸드폰을 보고 신뢰가 무너진 한 임산부의 사연이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커서 이제 남편의 눈빛도 의심스럽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2월 23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남편을 믿었다.

남편은 생활력 강하고 성실했다.

많은 장점이 있어서 믿음직스러웠다.

사연자한테 한 가지 껄끄러운 점은 남편이 일베를 본다는 것이다.


연애할 때도 부정적인 사고가 많아 실망스러웠다.

일베의 영향인 것 같아 끊으라고 했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남편이 소개팅 앱을 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확인해보니 임신으로 부부관계를 안 한 시점부터였다.


짬을 내서 연락하던 사람이 뜸해졌었는데 알고 보니 채팅을 했던 것이었다.

남편을 신뢰하던 마음이 무너졌다.

화가 나서 폭력을 썼는데 남편이 "지금 네 몸을 봐라. 내가 한 눈 안 팔게 생겼냐?" 했다.

절망감이 들었다.


남편이 사과를 하고 잘하겠다며 행동으로 보여준다.

소개팅 앱을 알게 된 일베도 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남편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남편의 시선 하나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남편이 보인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

남편도 함정에 빠져 있었음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성실하고 착실한 사람이 어떻게 일베에 빠졌을까.

'억압'이라는 방어기제에 답이 있다.


남편은 성실하고 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다만 애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는 방법을 몰랐다.

문제가 될 만한 욕망을 억압하면서 일베 같은 자극에 빠져들었다.

의식과 잠재의식이 양극화되는 현상이다.


의식으로 바른생활을 강요하는 만큼 잠재의식은 반대방향으로 치달렸다.

이중인격을 자기도 모르게 갖게 된 것이다.

일베를 억지로 끊으면 다른 대체물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제대로 된 방법을 익혀야 한다.


당위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정말 위험하다.

폭력으로 폭력성을 잠재우려는 시도는 거의 성공하지 못한다.

이해하고 수용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노력을 해야 효과가 있다.

사연자의 남편은 제대로 된 방법을 안내받고 훈련하면 될 것 같다.



억압할수록 반발력도 크다.

폭력으로 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

진정한 뉘우침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억지 의지를 가지고는 잠재의식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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