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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Apr 01. 2021

나도 힘든데짜증 나요

부담감

"우울증이 있는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짜증 나요."

한 청소년의 하소연이다.

마음껏 속이야기를 하지 못해 답답하다.

사연을 올리면서 그냥 죄송하다고 썼다.

(4월 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한테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사연자한테 늘 불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 엄마는 불평이 듣기 싫다는데 넌 괜찮아?"


사실대로 말하면 상처를 받을까 봐 대답을 못 했다.

차라리 내가 더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너무나 짜증이 나서 힘들다.

그렇다고 말도 못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사연자의 하소연이 귀엽기도 하다.

힘든 걸 힘들다고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원래 힘든 일이다.

그런데 원래 힘든 일인 줄 모르면 공연히 자신을 탓할 수도 있다.


아무런 관심 없이 그냥 흘려들으면 힘들 것도 없다.

불평을 들으며 힘들어지는 것은 마음을 그만큼 쓰고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공감능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공감능력이 전혀 없으면 성격 장애다.


다만 사연자가 조금 더 자유로워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냥 무작정 불평을 들어주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절하게 솔직하면 지금 느끼는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두 사람 모두에게 해롭다.


친절하게 솔직하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한 수 접어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공감하되 동정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방적으로 듣지만 말고 나도 힘든 이야기를 하면 된다.

상대의 부담은 상대의 몫이다.

상대방의 부담까지 떠맡으려는 것은 무모한 오지랖일 뿐이다.

지나치게 조심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은 상대를 얕보는 태도이기도 하다.



쌍방통행이 중요하다.

일방 관계는 서로에게 해롭다.

특히 친구일 때는 동등해야 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솔직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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