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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19. 2021

제가 잘못한 것인가요?

일방 관계

"제 방을 엄마가 허락도 받지 않고 치워서 싸웠는데 제 잘못인가요?"

한 중학생의 질문이다.

편을 들어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단다.

더 나은 해결책을 구하는 그 마음씨가 대견하다.

(5월 1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몸이 좋지 않아 나중에 치우겠다고 했다.

싫다고 했는데도 엄마가 그냥 청소를 해버렸다.

엄마가 청소하고 나면 필요한 물건들이 없어지곤 한다.

짜증이 나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가 싸움이 되었다.


"네가 치운다 해놓고 언제 치운 적 있냐?"

"공부만 잘하면 뭐하냐, 인성이 쓰레긴데."

"쓰지도 않을 물건을 왜 사냐, 돈지랄하지 마라."

엄마한테 들은 말들이다.


사연자는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방 정리를 스스로 해왔다.

그런데 화를 냈다고 이렇게 당해도 되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의 냉철한 시각을 듣고 싶어 사연을 올렸다.


감정이 상해서 분풀이 식으로 쏟아놓은 사연이 아니다.

진심으로 문제점을 찾아 고치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이치에 맞는 이야기만 해 주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사연자에게 이런 점을 말해주고 싶다.


어떤 사람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야 일이든 공부든 잘 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너무 깔끔하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사연자와 어머니는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연자가 나름 정리해놓은 것이 어머니의 눈에는 난장판으로 보일지 모른다.


사연자도 나름의 계획과 생각대로 일상을 살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한테는 흡족하지 않다.

더구나 말을 싹싹하게 잘 듣는 자식도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식한테 살짝 서운함을 느끼는 부모도 많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자식이 알아서 한다며 거부하면 어머니는 마치 자기 일을 뺏긴 것 같다.

차라리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들이면 어머니는 자식을 더 믿게 된다.

갈등이 생겼을 때 역지사지는 거의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먼저 자신을 돌아본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상대를 대할 때 관계도 원만해진다.

자신의 생각을 앞세울 때 사나워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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