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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30. 2021

직장상사한테 미안해요

자승자박

"좋게 이야기해주시는 직장상사의 말씀이 진심이 아닌 것 같아요."

직장생활 4개월 차에 접어든 한 직장인의 사연이다.

문장에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하지 않다.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다.

(5월 3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많이 한다.

일을 잘하고 싶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다른 분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상사는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편이다.


사연자는 괜찮다고 받아들여주는 직장 상사의 진심이 의심스럽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면 덜 미안할 것 같다.

'원래 나를 안 좋게 생각하니까 저러지'라고 생각해버리면 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너그럽게 받아들여주니 부담이 더 크다.


사연자는 제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식의 '답정너' 모양새다.

상사의 일관적인 관용에도 진심이 아니라며 의심을 일으킨다.

자승자박이다.


마음을 열어 소통할 줄 모르면 제멋대로 생각하고 만다.

자기가 생각한 것이 진실이라 믿고 진실을 제대로 알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일으킨 생각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 발견하지 못한다.

이렇게 폐쇄회로에 갇혀 '눈뜬장님'이 되고 만다.


실수를 했을 때 바람직한 대응은 무엇일까.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실수에 뒤따르는 처벌이나 비난이 두려워 회피하는 것이 최악이다.

사연자는 자신도 모르게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다.


먼저 자기 비난을 한다.

그런데 그냥 비난을 할 뿐 고치려는 마음은 내지 않는다.

자기를 대책 없이 비난함으로써 처벌을 대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개선되는 것은 없다.


미안해하는 마음도 오히려 독이 된다.

미안할 만한 일을 하지 않으려 마음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수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돌이킬 줄도 알아야 한다.

착한 사람인 양 가책을 느끼는 것도 고도의 속임수일 뿐이다.



자기 비난은 책임지는 행동이 아니다.

탓하는 마음보다 고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미안하면 미안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일이다.

자신을 쥐어박는다고 무엇이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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