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Jun 02. 2021

썸을 오래 타고 사귀었더니

직면의 부담

"썸을 타다가 얼떨결에 사귀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불편합니다."

한 여학생의 고민이다.

막상 사귀게 되니까 부담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른 친구들의 눈치가 보여 결별도 어렵다.

(6월 2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한 달 정도 썸을 탔다.

친구들이 부추겨서 공개 고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하루 정도는 생각하고 싶었다.

얼떨결에 사귀게 된 지 사흘 정도 지났다.


썸을 탈 때는 설레기도 하고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사귀게 되니까 책임질 것도 많은 것 같아 부담스럽다.

남자 친구도 그냥 썸만 탈 생각이었다고 친구한테 말했단다.

지금 당장 이별하겠다고 하면 친구들한테 이상하게 보일 것 같다.


막연하게 기대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어떨까.

상상 속에서는 즐겁기만 하던 것이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다.

썸은 상상이고 사귐은 현실이다.


자신의 마음을 직면할 때 당황하기 쉽다.

상상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하지 않았던 부분도 마주해야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느껴지는 부담의 무게가 엄청나다.


썸을 탈 때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현실에서 사귀게 되면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다.

상상은 자유지만 현실은 책임이 따른다.

현실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도 여기에서 나온다.

어떤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런 대가 없이 저절로 성숙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사연자한테는 연인보다 친구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일대일의 친밀한 관계를 감당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감정을 소화해내기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누구한테 배울 수도 없다.



직면에는 부담이 따른다.

부담을 감당하면서 성숙한다.

부담을 피하고 싶으면 욕심도 버려야 한다.

얻으려면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감정 때문에 힘드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