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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15. 2019

서유기 인물 분석

잠재의식 3요소

서유기의 주인공은 손오공이다.

주요 인물인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은 손오공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들은 모두 주인공의 내면에 있는 잠재의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일반화해 보자면 손오공은 인생의 주체이다.

손오공 일행이 겪는 일은 인생길에서 겪는 우여곡절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찾는 여정이다.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는 말이다.



뜬금없이 서유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뭘까?

마음공부를 하다가 사람의 생각이 잠시도 쉬지 않고 원숭이처럼 산만하게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진리를 찾는 여정을 그린 소설 서유기가 주인공을 원숭이로 설정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이 주인공의 내면 자아들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정신분석에서 잠재의식의 구조를 설명할 때 원초아, 자아, 초자아를 이야기한다.

원초아는 본능적인 욕구나 충동처럼 쾌락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에너지이다.

자아는 판단하고 선택하는 활동처럼 현실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주체이다.

초자아는 원칙과 당위성의 기준처럼 도덕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감시자이다.

원초아가 가속장치라면 초자아는 제동장치이며 자아는 방향을 잡고 조정하는 운전자라 할 수 있겠다.


삼장법사는 손오공을 제어한다.

확고한 신심을 가지고 있고 경전에 능통해서 내면이 흔들리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제멋대로 날뛰는 행동을 금지하고 억제시킨다.

막강한 힘을 가진 손오공을 제어하는 주문을 통해서 주인공을 가르치고 옳은 방향으로 이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삼장법사도 오판을 많이 한다.

양심과 명분에 치중하다 보니 속임수에 걸려서 고초를 겪기도 한다.

그래도 끝까지 순수성을 잃지 않아 위기를 벗어난다.

삼장법사의 힘은 확고한 믿음과 선량한 자비심에서 나오는 순수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삼장법사는 자아를 상징한다.


저팔계는 욕심이 많다.

자신의 힘을 믿고 자기 멋대로 욕심껏 행동하다가 자신과 일행을 위험에 몰아넣기도 한다.

단순하고 과격하며 욕망에 충실하다.

그런데 저팔계의 힘이 엄청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욕심이나 욕망이라는 것이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사고뭉치이고 고초를 겪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집착과 욕망이다.

그래서 저팔계는 원초아를 상징한다.


사오정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고집스럽게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인다.

정의감이 있어서 타협하지 않으며 누가 뭐래도 자기 길을 간다.

양심과 원칙에 충실한 모습이다.

저팔계와 늘 다투며 손오공이 중재해서 해결하곤 한다.

사오정은 초자아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소설에서는 수많은 요괴가 등장한다.

요괴들의 특징이나 성향은 다양해서 손오공 일행은 온갖 위험을 겪게 된다.

고초를 겪고 나서 이들은 한층 성숙하고 발전해 간다.

요괴들이 상징하는 것은 내면의 번뇌들이다.

온갖 망상을 일으키고 망상에 사로잡혀 고생하는 모습을 요괴들의 위협으로 그려내고 있다.



인생의 지향점을 갖고 있는가?

손오공 일행은 머나먼 서역으로 가서 경전을 모셔 오는 것을 과제로 갖고 있다.

목표가 뚜렷하기에 수없이 위험에 빠지고 고생을 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살다가 힘들고 지쳤을 때나 방향을 잃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때,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처음엔 제멋대로 갈등을 일으키다가 위험을 맞이해서 서로 힘을 모아 이겨내는 과정을 겪으며 관계가 돈독해지는 주인공들처럼 우리의 내면도 삶의 여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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