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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ity

시간의 성숙을 필요로 하는 오리지낼리티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에서 특정한 표현자가 오리지널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래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다른 표현자와는 명백히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잠깐 보면 그 사람의 표현이라고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 업 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스타일은 성장해간다.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그런 자발적·내재적인 자기 혁신력을 갖고 있다.

그 독자적인 스타일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일반화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되어 가치판단 기준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 혹은 다음 세대의 표현자의 풍부한 인용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위 세 가지 요소 중 어떤 것이 약할 수는 있겠지만 모두 갖추고는 있어야 Originality, 오리지낼리티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오리지낼리티는 주로 첫 번째의 독창성에 국한되어 인식하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시간’의 경과가 오리지낼리티를 담보한다고 되어 있다. 즉 오랜 시간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 진화되고 인용될 때 그 표현자가 오리지널 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까사 바트요, 카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을 보면서 가우디는 이 세 가지 요소 모두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의 문외한이 내가 보아도 지나가다 마주치는 그의 건축물을 보면 기괴할 정도로 독특해서 가우디의 건축물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1882년부터 짓기 시작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만 보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다른 스타일로 변혁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당의 방향과 건축시기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표현 방식을 따르고 있어 이것이 과연 하나의 건축물인가 싶다. 또한 조물주가 만든 자연물들에서 차용된 곡선, 빛, 패턴들을 건축에 반영한 것은 이후 건축에 ‘자연주의’ 또는 유기체적 영감, 자연과학의 법칙 등을 수용하는 표현방식이 모든 표현자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쳤다.


La Sagrada Familia  (2020. 2)


 "The straight line belongs to men, the curved one to God" - Antoni Gaudi


  하루키도 벌써 65세, 가우디는 75세까지 살았다. 하루키는 몸의 감각이 소설을 쓰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달린다고 한다. 가우디도 허약했지만 당대 사람으로서는 장수했다고 볼 수 있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더 오래 살았을지도.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도 60-70세가 되어야 제대로 배운다고 하였다. 이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걸음마도 못 땐 아기일 것이다. 사람들은 신체 나이만을 생각하지만 정신과 영혼의 나이는 그보다 더 천천히 가는 것 같다. 그래서 김형석 교수님이 어느 책에서 돈은 자신의 정신 수준의 70% 정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하셨던 것 같다. 키와 몸무게가 서로 다른 척도를 사용하지만 건강을 위해 적정비율이 있든 정신과 물질도 그러한가 보다.

  오리지낼리티도 결국 정신과 영혼의 소관이며 이것은 시간적 성숙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빨라도 60세에 무엇인가 제대로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면, 나는 아직도 제대로 배우기 위해 15년의 준비 시간이 있다. 스페인 여행을 통해 200년 된 집에서도 자보고, 138년을 짓고도 아직도 완공이 6년 남았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면서, 인생을 좀 더 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오리지낼리티*를 만들어내기 위해 성당에 돌 하나를 올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잘 쌓아 나가고 싶다.



* 우리는 creativity를 창의력이라고 번역하는데, 사실 creation이 창조이므로 창조력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창조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지는 것에 초점을 둔 용어이고, 창의는 창조가 일어나기 전 새로운 것을 탐고하고 사고하는 가정에 초점을 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교육에서 creativity를 많이 쓰는 것을 보면 일단 결과적으로 보여지는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originality를 창의력이라고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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