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의 조깅 다이어리 Ep. 01
2021. 7. 12. 월. 2km2021. 7. 12. 월. 2km
Ep. 01. 2021. 7. 12. | 더 뛸 수 있어도 2km만 뛸 것
못 뛸 줄 알았다.
좀 전에 먹은 저녁 밥이 채 소화되기도 전이다(Cue). 축축하고 습한 날씨 덕에 아이와 나는 걷기만해도 온몸에 땀방울이 흘렀다. 공기중인지 수중인지... 우리는 두마리 젖은 금붕어가 되어 큰 물에서 잠깐이라도 놀아보고자 손잡고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아이는 처음엔 엄마, 엄마 부르며 따라 다니더니 이내 풀밭으로 가서 벌레들을 채집하고 있다. 나는 나의 주변인들에게 대운동장 다섯 바퀴 뛰었노라 자랑할 때, 당당하기 위해 가장 바깥쪽 트랙으로 달리곤 하는데, 잔디밭과 경계를 이룬 가장자리 트랙엔 엊그제 비 온 후 숨쉬러 흙밖으로 나왔다가 말라죽은 지렁이들이 많다. 지렁이를 두번 죽이지 않기 위해 행보를 조심해야 했다.
오늘도 두 바퀴까지는 힘들었지만 세 바퀴째부터는 오히려 보폭이 넓어지고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이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번이라도 운동장엘 와본다. 퇴근하면서 산 레깅스는 생각보다 두꺼웠는데 다리 근육에 텐션을 주어 다리에 힘이 강화된 느낌을 주었다(Attractive). 마지막 다섯 바퀴를 뛰고, 조금 더 뛰어서 내 기록에 100m라도 추가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2km가 2.1km가 되는 순간 내일 다시 여기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Easy).
큰물에서 놀다 땀 범벅이된 두 금붕어는 편의점에서 탄산수와 생수를 사 마시고 기분좋게 살던 어항으로 복귀했다. 작은 금붕어는 매미 유충과 여치를 채집해서인지 콧노래를 연신 흥얼거린다(Re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