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찬

만찬_79회

by 광풍제월

마지막 만찬

2025.4.25. 금(D-250)


1시 15분에 관장님께서 찾아오셔서 6시에 게이트에서 만나서 가자고 하시며 특히 좋아하는 메뉴가 있느냐고 물으셨다.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다고 하니 해물, 생선요릿집인 잔치잔치 식당이 유튜브에 맛집으로 떠서 예약하기가 어려운데 한번 연락해 보고 자리가 있으면 가고 없으면 그 주변으로 가자고 하셨다. 전화해서 예약여부를 확인하니 자리가 다 찾다고 해서 1시 24분에 관장님께 카톡으로 예약이 어렵다고 보냈다.


2시 30분에 남실장이 인사차 내려왔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과정이 힘들다고 했다. 나는 ‘은퇴의 정석’ 책을 읽고 있다며 보여 주면서 여기 내용의 40%가 건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실장은 다른 사람보다 빨리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출근하면 자주 내려오겠다고 해서 자주 내려오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은 교육원 전기공사과의 날이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 과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주간반은 야외 행사를 가고 야간반은 야외활동이 어려워 자축의 의미로 수업이 없다. 평일 날 황금 같은 휴무로 일찌감치 관장님과 저녁 약속을 잡아 둔 상태였다.


6시 5분 전에 짐을 정리하고 퇴근할 준비를 하였다. 2분 전에 게이트 1로 나갔다. 6시에 관장님께서 내려오셔서 삼부숯불구이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몇 번 가봤는데 괜찮다고 했다. 양념소갈빗살과 소금소갈빗살 각각 1인분 주문하고 소맥으로 마셨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게 날짜를 잡았다고 했다. 무슨 이야기냐고 하니 오늘 5시에 국토부로부터 퇴임소식을 황팀장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나는 복잡한 정국이라 좀 더 계실 줄 알았는데 아쉬운 느낌이 든다고 하니 농박처럼 당일 통보를 받았 것에 비하면 그나마 4월 30일 자라 여유가 있어 다행이며 3개월 이상 더 근무하고 떠난다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관장님 오시고 나서 큰 이벤트를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건이 있었다. 격동의 3년이라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나는 관장님 덕분에 편하게 생활하여서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소주 2병, 맥주 4병을 마시고 루틴 대로 공항치킨으로 장소를 옮겨서 생맥주 2잔씩을 마시고 일어섰다.


이야기 중에 남실장 이야기가 나와서 관장님 퇴임 전에 남실장을 수석으로 승진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이야기하니 내부 논란이 많아서 남실장이 전직 신청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내가 남실장한테 미안한 것은 몇 년 전에 이직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숙고 끝에 박물관에 남겠다고 했을 때 미련 없이 떠나라고 하며 보내 주지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내가 편하자고 계속 잡아 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제일 후회스럽다고 이야기하면서 괜히 울컥해졌다.


집으로 돌아 오면서 관장님 본의 아니게 오늘 만찬 일자를 잘 잡으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진짜 보살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평생 동지로 함께 살아 가길 희망합니다라고 카톡을 보내니 용건이 형. 고맙습니다. 오늘처럼 살아갈께요. 약속합니다라고 답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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