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 12월 1일 한 해를 되돌아보다

D-30_194회

by 광풍제월

D-30, 12월 1일 한 해를 되돌아보다

2025.12.1. (D-30)


새해 첫날부터 ‘D-○○’을 표기해 왔다. 임금피크제를 맞아 하루하루를 더 의식하며 살아보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오늘, 달력은 딱 D-30을 가리킨다. 1년을 돌아보고 2막을 준비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올해는 분명 내 인생에서 특별한 시기였다. 직장과 사회의 경계에 서서 그동안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해였다. 창문 너머 세상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업무의 무게였다. 비상임감사를 보좌하는 감사위원 역할을 맡으면서 실무의 부담이 가벼워졌고, 그만큼 숨을 고를 여유가 생겼다. 책임이 줄어든 만큼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두 번째 변화는 문과생 마인드에서 이과생 마인드로의 작은 전향이었다. 기술교육원 야간 과정 전기공사과에 입학해 생소한 전기 분야를 배우며 전기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익숙한 글과 문서를 벗어나 전압, 회로, 전선 굵기 같은 새로운 언어를 배운 시간은 도전이자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경험이었다.


세 번째는 공로연수라는 선물 같은 시간을 얻은 일이다. 9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네 달의 ‘완전히 내 시간’은 일하면서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특권이었다. 구속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오랫동안 미뤄둔 질문들과 차분히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언젠가 목표에 도달하면 그곳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 속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서은국 교수의 말처럼,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있었다.


오늘은 12월 1일이고, 인생 2막을 향한 카운트다운은 정확히 30일 남았다. 소소한 기쁨을 자주 만들고, 그 행복의 향기를 주변에도 나누고 싶다. 비뇨기과 진료를 마치고 걸어 나오는 길, 어깨 위로 내려앉는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픈 곳 없이 걸을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는 일.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20251201_115546.jpg (D-30, 202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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