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글쓰기』에서 배운 문장 하나

고도원 작가_193회

by 광풍제월

『누구든 글쓰기』에서 배운 문장 하나

고도원 작가 특강 후기

2025.11.27. 목(D-34)


“글은 불과 수학의 결합입니다.”

강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린 이 한 문장은 그날의 모든 내용을 압축한 핵심이었다. 자유롭게 타오르는 불처럼 쓰되, 수학 공식처럼 치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말. 글쓰기의 본질을 한순간에 깨닫게 하는 비유였다.


성북50플러스센터 주관으로 성북구청에서 열린 고도원 작가의 『누구든 글쓰기』 특강. 유튜브로도 중계되었지만 나는 직접 현장에서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작가는 청바지에 재킷을 걸친, 동네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오랜 시간 글과 삶을 함께 통과한 사람만의 단단함이 묻어났다.


그는 기자 25년, 대통령 연설비서관 5년을 거쳐 지금은 충주에서 ‘깊은산속 옹달샘’을 운영하고 있다. 그 이력 하나하나가 이미 한 편의 글처럼 느껴졌다. 강연은 ‘글은 삶이다’로 시작해 꿈, 독서, 공동체로 이어졌고, 설명보다 경험으로 설득하는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그의 시선이었다. 그는 AI를 “인류의 불 발견에 비견될 혁명”이라 말하며, 앞으로는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AI가 초안을 대신 써줄 수 있는 시대라면, 인간의 역할은 결국 선택과 판단, 사고에 있다는 의미였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들었던 AI 글쓰기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때는 기술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오늘 강연은 그 낯섦을 이해로 바꾸어 주었다. ‘모든 시민은 작가다’라는 말이 은유가 아니라, AI 도구를 갖춘 시대의 새로운 정의라는 것도 새롭게 들렸다.


강연 후반부에는 꿈노트의 중요성이 이어졌다. 좋은 꿈은 당대에 이루지 못해도 다음 세대로 물려줄 수 있다는 말. 그리고 한 분야의 책을 1,000권 읽으면 그 분야의 언어로 사고하게 된다는 조언. 글쓰기와 독서가 결국 삶의 두 축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서명본 『누구든 글쓰기』를 받아 들고 강연장을 나섰다. 밖에서는 초겨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을 스쳤지만 마음은 오히려 따뜻했다.

오늘 들은 수많은 문장 중에서도 결국 하나의 문장이 또렷하게 남았다.

AI가 대신 글을 쓰는 시대라도, 질문은 내가 해야 한다.

그 다짐 하나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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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누구든 글쓰기 특강, (우) 저자 서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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