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재도전, 승강기 실기장에서 배운 삶의 원리

승강기 실기장_192회

by 광풍제월

중년의 재도전, 승강기 실기장에서 배운 삶의 원리

2025.11.26. 수(D-35)


오늘은 승강기기능사 실기 시험날이다. 시험장이 인천 정석항공과학고라 집에서 두 시간이 걸린다. 혹시 몰라 서둘러 5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7시 54분에 도착하자 교정 안에 여객기 머리 부분이 전시돼 있어 학교의 분위기가 단번에 느껴졌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한 학생이 자를 가져왔냐고 묻는다. 지난 시험에서 램프 박스 뚜껑을 거꾸로 완성해서 재시험을 보려 왔는데 자를 갖고 오지 않아서 손에 길이 표시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시험이라는 건 나이와 경력을 떠나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일임을 다시 실감했다.


오늘 응시생은 9명 중 7명. 번호표를 뽑으니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1번’이었다. 왼쪽 맨 앞자리에 앉아 감독관의 설명을 들었다. 안전을 여러 번 강조했고, 바인드선 위에 절연테이프를 붙여도 되는지 묻자 “본인이 연습한 대로 판단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묘하게 마음을 가다듬게 했다.


9시, 시험이 시작됐다. 바인드선을 묶고 그 위에 절연테이프를 2번 감았다. 스트랜드를 차례대로 구부렸다. 손끝으로 스트랜드를 8자로 만들고 국화꽃 모양처럼 정리해 소켓에 넣으니 허용 범위도 딱 맞았다.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어서 주회로 작업. 도면을 보자 연습 때 보던 배치가 떠올랐다. 핀번호를 하나씩 부여하며 전선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한 번의 오결선을 발견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천천히, 한 가닥씩 확인했다. 보조회로 작업은 비교적 수월했다. 벨테스터로 두 번 검사한 뒤 제출하자 플리커가 켜지고 램프가 번갈아 깜박였다. 감독관이 “정리하고 돌아가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시험장을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결국 도면을 읽고, 조건을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중간에 오결선이 나올 때가 있고, 손끝이 떨리는 순간도 있지만, 다시 가다듬고 이어가면 결국 불이 들어오는 순간이 찾아온다.


전기기능사 준비에는 6개월이 걸렸지만, 승강기기능사는 그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전기 이론이 기초가 되어준 덕분이다. 배움이 배움을 돕고, 경험이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이것이 시너지라는 것 아닐까.


오늘 한 고비를 넘겼다. 남은 12월은 AI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어떤 이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과 맞먹는 혁명이라 말한다. 앞으로의 삶은 ‘AI를 다루는 사람’과 ‘AI에 끌려가는 사람’으로 나뉠지도 모른다.

20251126_075543.jpg 항공기 머리부분 실물(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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