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_7회
훈련병의 휴일
1987. 3. 22
신병훈련소에서 처음으로 맞는 휴일이다. 평일보다는 자유시간이 많았다.
세면, 세탁, 편지 쓰기, 수양록 작성 등 밀린 일들을 할 여유가 있었다. 세면도 평소보다 더 깨끗이 할 수 있었고 세탁도 하였다.
일주일간 입은 내의라서 때가 잘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군대이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깨끗한 내의를 입기는 힘든 것 같다. 하지만 힘껏 빨아서 더 이상 깨끗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후에는 나무를 심으러 갔다. 야삽과 공병삽을 들고 작업을 나가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탁 트인 동해 바다가 가까이서 보이는 것 같다.
북쪽에서 날려 보낸 삐라를 한 동료가 주었는데 삐라를 보니 전방지역이라는 실감이 났다.
진달래꽃이 망울을 터트리는 것을 보니 봄이 가깝게 와 있었다. 세월의 무한성 앞에 인간의 유한성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며 자연의 순리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묘한 존재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소나무, 아카시아, 억새풀 등을 캐어서 연병장 옆에 옮겨 심는 것이었다. 젊은 힘이 모이니까 일을 쉽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분담해서 일하니 진도도 무척 빨랐다.
이번 휴일은 재미있고 유익한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는 도수체조와 군가를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의 군가 속에 자신의 꿈, 이상, 희망을 실어 창공에 날려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