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도, 하늘과 땅과 바다를 품다

구봉도_14회

by 광풍제월

구봉도, 하늘과 땅과 바다를 품다
2026.1.31. 토(D-334)


겨울숲바라보기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8회로 진행된 답사 중 오늘이 일곱 번째 일정이다. 목적지는 안산 구봉도. 서해안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회원들과 카풀을 했다. 수인분당선 수내역에서 만나 차로 이동했다.


카풀 덕분에 이동은 수월했다. 구봉도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40분. 인근 카페에 모여 내가 커피를 사며 오늘 답사 이야기를 나눴다. 바닷가 커피숍에 앉아 있으니 여행 온 기분이 났다. 커피를 대접한 것에 대한 답례로, 얼마 전 『숲에서 답을 얻다』를 출간한 저자가 서명본을 건네주셨다. 나는 이 책을 받기 위해 미리 미끼를 던진 셈이라며 농담으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오늘 우리 조의 강사는 서성규 선생님이었다.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선생님은 오늘 곧 만나게 될 좀풍게나무 열매를 꺼내 설명을 시작했다. 허태임 저자의 도서를 기준으로 한 설명이었다.


해안가로 먼저 이동해 병아리꽃나무를 살펴본 뒤 조별 답사를 하기로 했다. 해안가에 흔한 나무지만, 겨울눈을 보고 나니 기대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가느다란 가지로 매일 바닷바람을 견디며 살아가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별로 이동하며 본격적인 답사가 이어졌다. 강사님은 “이곳에서 병아리꽃나무와 좀풍게나무만 제대로 보고 가도 오늘 답사는 성공”이라고 말했다. 굴피나무들이 모여 서 있었고, 겨울임에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마음까지 한결 풍성해졌다.

1769857213121.jpg 병아리꽃나무 열매(2026.1.31. 사진 46기 회원)

오늘 만난 나무는 굴피나무, 합다리나무, 나도밤나무, 소사나무, 피나무, 산딸나무, 덜꿩나무, 분꽃나무, 병아리꽃나무, 좀풍게나무, 구찌뽕나무, 사람주나무, 길마가지나무 등이다.


강사님은 우리가 답사를 다니는 목적이 단순히 나무 이름을 외우는 데 있지 않다고 했다. 각자 나무를 대하는 시선과 방식,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료가 나무 이름을 많이 안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 수종이라도 제대로 알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지식은 급속히 늘어난다고 했다.


나무를 만나면 대화를 하듯 바라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름을 불러주고, 다음에는 고향을 묻고, 특성과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것이 겨울숲바라보기뿐 아니라 나무공부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했다.


산딸나무 설명이 특히 인상 깊었다.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 중 하나가 중심이 되어 자라고, 문제가 생기면 가지 중앙에 늘 준비된 겨울눈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이야기였다. 늘 위기를 대비하는 나무의 태도에서 우리 삶도 배울 점이 많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산등성이를 지나 내려오자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개미허리아치교부터는 해안선을 따라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포근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하늘과 바다의 기운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답사는 나무공부에 더해 바다를 품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 곁들여진 하루였다. 봄을 품은 바다가 선물처럼 남은, 소중한 주말 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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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풍게나무 겨울눈과 열매(2026.1.31, 사진 46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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