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서를 내고, 청계천을 걷다

신청서_15회

by 광풍제월

신청서를 내고, 청계천을 걷다

2026.2.3. 화 (D-331)


고용 24 홈페이지에 접속해 실업급여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필수 사전교육 동영상을 끝까지 들었다. 내용이 한 번에 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전 회사에서 발급받은 이직확인서를 다시 확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마쳤다. 오후 세 시쯤 도서관을 나와 서울고용센터로 향했다.


네이버 지도가 안내하는 대로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왔다. 을지로 3가 방향으로 가려다 을지로 1가 표지판이 보여, 느낌을 따라 걸었다. 어차피 이 근처 어딘가 일 것 같았다.


조금 걷자 왼쪽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건물이 보였다. 1층에서 문의하니 3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대기표를 뽑자 바로 번호가 불렸다. 창구에서는 몇 가지 확인 질문을 한 뒤, 체크리스트를 건네며 저쪽 작성 공간에 샘플이 있으니 참고해 작성한 후 다시 접수하라고 했다.


다시 번호표를 뽑고 잠시 기다리자 곧바로 호출되었다. 접수는 정상적으로 처리되었고, 60세 이상이라 1차 실업인정교육은 동영상 수강이나 방문 중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동영상은 2월 10일부터 24일 사이에 수강하고, 1차 실업인정일인 2월 24일 당일 오전에 전송 버튼을 누르면 된다는 설명도 들었다.

생각보다 절차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여 분 만에 모든 것이 끝났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접수증을 손에 쥐자, 그제야 백수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바로 옆 청계천을 걷기로 했다. 삼일교로 내려가 오간수교까지 천천히 걸었다. 날이 풀려서인지 산책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청계천 물소리에는 봄이 실려 있었다. 겨울의 혹독함 속에서도 봄은 이미 잉태되고 있다는 것을, 흐르는 물소리가 먼저 알려주었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 가지에는 겨울눈이 도톰해져 있었다. 봄을 재촉하는 신호 같았다.


관목 사이에서 조그만 새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보니 가지마다 새들이 앉아 쉬며 지저귀고 있었다. 그냥 보면 보이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관목 속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다.


그 질서를 바라보다 문득 내 길이 떠올랐다. 겉으로 보면 멈춘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여전히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는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수라고 위축되어 살 필요는 없다. 지금은 멈춘 듯 보여도, 나는 여전히 길을 만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간 또한 내 인생의 진행형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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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실업급여 접수증, (우)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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