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답사_16회
2026.2.7. 토 (D-327)
오늘은 겨울숲바라보기 답사 마지막 날이다.
이 프로그램은 3개년 과정으로 알자반·놀자반·날자반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한 과정마다 여덟 번의 답사를 진행한다. 오늘은 그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는 날자반의 마지막 답사였다. 장소는 청계산. 그냥 보내기 아쉬웠는지 아침 기온은 영하 11도까지 내려갔다.
강추위 예보에 맞춰 상·하 내의를 챙기고 목도리와 귀마개를 착용했다. 청계산입구역에 모인 시간은 오전 9시 50분.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오늘만큼은 빠진 사람이 없었다. 날자반 16명 전원이 참석했다는 사실이, 이 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말해 주는 듯했다.
몸풀기는 손종례 선생님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오늘의 코스는 원터골입구에서 진달래능선을 따라 원터골쉼터까지 오른 뒤, 어둔골 화장실 쪽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였다. 알자반 때 이 길로 내려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우리 1조의 강사 역시 손종례 선생님이었다. 설명은 보호수로 관리 중인 굴참나무에서 시작됐다. 굴참나무는 화재에 강해 산불 피해 지역에 신갈나무와 함께 식재된다고 했다. 나무 소지가 희끗하게 보이는 것은 털 때문이며, 이것 역시 굴참나무를 동정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보호수의 의미로 이어졌다. 2024년 3월 산청 산불 당시, 900년 노거수였던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속을 보호하기 위해 채워 두었던 재료까지 모두 타버렸지만, 다행히 부정아에서 다시 맹아가 올라왔다고 했다. 인간이 보호한다고 나섰지만, 결국 자연을 다시 살려낸 것은 자연 자신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경외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오늘은 겨울눈 하나하나를 살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가, 숲해설가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겠다고 했다.
절기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입춘은 봄기운이 일어서는 시기다. 매서운 추위도 햇볕만 있으면 견딜 만해지는 때다. 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며, 동지는 해가 가장 낮게 뜨는 시기, 그 반대가 하지고, 춘분과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동지–소한–대한–입춘을 지나며 낮은 점점 길어지고, 지금은 추위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설명이었다.
겨울눈은 보통 기온이 5도 이상이 되어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강사님은 “겨울눈의 기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수목생리학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명확한 설명을 찾지 못하다가, 『향모를 땋으며』라는 책에서 관련 내용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며 메모해 두었던 글을 읽어 주셨다.
겨울눈에는 수백 개의 광센서가 있다. 겨울눈은 굶주린 상태로 뿌리로 호르몬 신호를 보내고, 뿌리의 당 농도가 높아지면 그 당이 물관을 따라 올라와 눈에 공급된다. 이 시기에만 예외적으로 물관을 통해 양분이 이동하며, 나머지 계절에는 체관이 그 역할을 맡는다. 고로쇠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원리도 이와 같다는 설명이었다. 겨울숲이 고요해 보여도, 그 안에서는 분주한 생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사님은 자신만의 겨울눈 분류법도 소개했다. 겨울눈을 ‘자수성가형’과 ‘상속자형’으로 나누는 방식이었다. 자수성가형은 잎눈부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경우이고, 생강나무처럼 꽃눈에서 바로 꽃이 피는 경우는 상속자형이다. 꽃눈은 이미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때가 되면 꽃만 피우면 된다. 벚나무, 목련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나무는 자수성가형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숲해설 이야기도 이어졌다. 강사님은 겨울나무 용어를 노래로 만들어 들려주었다. 아이들 대상 해설은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설명부터 시작하면 아이들은 금세 딴짓을 한다. 호기심을 먼저 건드려야 한다. 직접 개발한 겨울눈 놀이도 함께 해 보았다. 아이들에게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옳은 말도 닿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하산을 앞두고 강사님은 각자 오늘의 소회를 한 마디씩 나누자고 했다. 나는 겨울숲바라보기를 통해 겨울을 유난히 짧게 보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오대산 선재길을 걸으며 곧게 뻗은 황철나무를 보았는데, 나는 황철나무가 아님에도 그 흉내를 내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나의 본모습을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강사님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숲해설가가 숲을 망친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숲해설을 한다고 잎이나 꽃을 꺾어 보여 주는 경우가 있다. 미안해하면서 따서 보여 주는데, 정말 미안하다면 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심어 주어야 할 것은 지식보다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나누며 겨울숲 3개년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숲공부는 끝났지만, 숲을 대하는 태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