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가 가르쳐 준 것_22회
홍릉근린공원, 겨울나무가 가르쳐 준 것
2026.2.21. 토 (D-313)
오늘 기온은 15도였다. 봄마중을 위해 홍릉근린공원으로 나갔다. 바람은 불었지만 공기는 훈훈했다. 개나리 꽃눈이 도톰하게 부풀어 있었다. 계절은 분명히 방향을 틀고 있었다.
이맘때는 나무의 수형을 살펴보기에 가장 좋다. 잎이 없으니 가지의 구조와 생육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산책로 언덕에 오르니 겨울나무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왔다. 겨울눈이 촘촘한 참나무들 사이에 가지가 듬성듬성한 아카시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수피가 벗겨지고 굵은 가지 몇 개는 이미 말라 있었다. 고사가 진행 중인 상태였다.
큰 참나무 바로 옆에 서 있는 나무였다. 처음에는 큰 나무에 밀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지형을 보니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자리였다. 토양도 얕고 건조해 보였다. 결국 입지 조건이 더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숲에서는 감상이 아니라 환경이 생육을 결정한다.
몇 발자국 내려오니 벚나무 한 그루도 위태로워 보였다. 줄기 상부는 이미 활력을 잃었지만, 가지 곳곳에서 도장지가 솟아 있었다. 도장지는 수세가 약해진 나무가 광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는 가지다. 생존을 위한 대응이다. 거의 고사 단계에 가까워 보였지만, 그럼에도 나무는 다시 잎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벚나무의 도장지는 줄기가 고사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이었다.
철책 너머 영휘원 쪽을 바라보니 소나무들이 안정된 수형을 유지하며 자라고 있었다. 경계를 사이에 두고 생육 상태가 뚜렷이 대비되었다. 흔히 보호 밖의 나무가 더 자유롭게 자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구역의 나무들이 더 건강했다. 환경 요인에 더해 관리의 차이가 분명히 작용하고 있었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관리 역시 생육을 좌우한다. 영휘원은 조선왕릉중부지구관리소에서 관리하고, 홍릉근린공원은 지자체가 담당한다. 관리 체계가 다르면 숲의 밀도와 활력도 달라진다. 자연에서도 조건이 바뀌면 결국 숲의 구성원이 바뀐다. 그것이 숲의 세대교체다.
홍릉근린공원에서 맞은 봄은 단순한 기온의 상승이 아니었다. 봄은 한 해 순환이 다시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마른 가지와 새순이 한 자리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고사목이 비운 공간에는 새로운 생장이 이어진다. 숲은 그렇게 말없이 다음 계절로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