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라는 숫자 앞에서 방향을 잡다

기대수명 94세_28회

by 광풍제월

94세라는 숫자 앞에서 방향을 잡다

2026.3.26. 목 (D-280)


오늘은 중장년내일센터의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형식적인 구직활동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첫 수업에서 내 생각은 멈춰 섰다.


기대수명을 계산하는 시간이었다. 83세라는 기본값에서 24개의 문항을 더하고 빼며 도출된 내 숫자는 ‘94세’였다. 그 숫자를 받아든 순간, 나는 한 가지를 인정해야 했다. 나에게는 아직 30년 이상의 삶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남은 3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 질문은 피할 수 없었다. 강의에서는 노후 불안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일’을 이야기했다. 나는 이미 동아리를 통해 사회공헌과 취미활동은 이어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입이 되는 일이다. 최소한 70세까지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그 생각이 구체적인 목표로 자리 잡았다.


이어진 수업에서는 삶의 6대 영역을 점검했다. 건강한 삶은 6개의 바퀴가 균형 있게 굴러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내 점수는 가족 영역에서 가장 낮았다. 지금까지 나는 집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머무는 사람’에 가까웠다.


점수가 낮은 이유는 분명했고, 고치는 방법 또한 어렵지 않았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시간을 나누는 연습부터 시작하면 된다.


단순히 실적을 채우러 갔던 교육장에서 나는 뜻밖의 이정표를 발견했다. 94세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적 예측이 아니었다. 그것은 남은 삶의 밀도를 묻는, 인생의 질문이었다.

20260331_135759.jpg 삶의 6대 영역 자기 설문 결과(2026.3.26, 중장년내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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