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_10회
PX에서 500원의 행복
1987. 3. 25
밤사이 기온이 참 많이 내려갔다. 때문에 내무반이 추워서 감기 기운이 더욱 현저해졌다.
얼음이 얼고 바람이 몹시 차다. 이곳의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짜인 일과표에 의하여 행동하여야 하기 때문에 춥다고 쉴 수 있는 형편이 아니겠다. 오전학과에는 영접사격이 있었다. 사격은 3년 전 병영집체교육에서 해보고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빵, 빵, 빵! 총소리가 귓전을 울릴 때는 기분이 이상하였다. 이곳은 사회와는 다른 군대사회임을 새삼 실감하였으며 현대 무기의 정확성에 대하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그마한 표적지에 총탄이 박힐 때는 현대기술의 정밀성과 현대전의 치밀성, 이러한 것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잘 맞지는 않았지만 사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생긴 것 같다. 다음에 있을 기록사격에는 좋은 성과를 얻어야겠다.
저녁을 먹고는 전우와 함께 PX에 갔다. 금방 저녁을 먹은 상태이지만 쾌 맛있게 과자를 먹었다.
사회에 있으면 옆에 있어도 잘 먹지 않는 과자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상태 이것이 훈련병의 신세가 아닐까?
하지만 우린 젊기에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고 전우와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오늘도 한 사람이 사서 나누어 먹었는데 500원의 가치가 막상 쓸려고 하니 별로 없었다. 전우들과 좋은 인간관계 형성에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