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_9회
훈련소 목욕
1987. 3. 24. 비
오후에는 목욕을 하고 영화를 보았다. 167명이서 한꺼번에 목욕을 하니 장소가 협소하고 시간이 짧은 측면도 있었으나 일주일 만에 하는 목욕이라 그래도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는 일이다.
인간이 솔직한 때는 알몸뚱이 상태가 아닐까 아무 가식 없이 모든 것을 벗은 전라의 상태에서 인간은 좀 더 겸손해지고 양심적일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어떤 이는 자기 수양을 위해 목욕탕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는가?
우리도 좀 더 솔직하고 겸손해지고 싶다. 그래서 옆 전우들과 허물없는 대화 나누고 싶다. 즉 닫힌 마음의 창을 열고 싶다. 그리고 격이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타는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오아시스의 한 시공을 형성하고 싶다.
제2내무반 전우들의 이름과 얼굴을 빨리 익혀야겠다.
오늘 시청한 영화는 반공이데올로기의 우월성을 나타낸 영화로서 한 사나이의 올바른 집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