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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영일기

나무에 꿈을 심다

식목_16회

by 광풍제월

나무에 꿈을 심다

1987. 3. 31

어젯밤부터 진눈깨비가 오던 것이 밤이 깊자 눈으로 바뀌었다. 3월 말인 이제까지 눈이 오는 것을 보니 여기가 참 북쪽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사회에서 눈을 특히 좋아하던 나는 여기에서 눈을 보니 참 기뼜다. 눈이 오니 이상하게 고향생각이 났다. 하지만 고향에는 눈이 오지 않을 것이다.


사단으로 15명의 전우들이 기념식에 참석하러 가고 나머지 전우들은 오전학과에 도수체조를 배웠다. 체조라서 반복운동을 하니까 순서는 알 수 있었으나 동작 하나하나가 미비하여 굽은 동작으로 하나하나씩 배웠다.


한 3시간 정도 배우니 자세가 조금씩 교정되는 것 같았다. 행동이 하나하나가 교정되고 순서가 익숙해지니 참 모양이 좋았다. 165명의 하나 같은 동작 이러한 것들이 바로 군이 요구하는 상인 것 같다.


군은 하면 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모든 행동들이 하나같이 통일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수체조에 함몰하니까 시간이 참 빨리 흘려가고 재미도 있었다.

이젠 전우들의 이름도 거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우들의 특성이 하나하나씩 들어 나는 것 같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는 식목작업을 나갔다. 나무를 캐어서 옮겨 심는 것인데 몇 번씩 했기 때문에 이젠 조금씩 익숙해졌다. 삽을 갖은 사람은 나무를 캐고 들것을 가진 사람은 나무를 나르고 서로 분업하여서 하는 작업이었다. 나는 부*이와 한조가 되어 나무를 나르는 일을 분담받았다. 나무를 나르면서 서로에게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나무를 심으면서 하나의 꿈을 심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 많은 열매를 맺듯이 우리의 꿈도 많은 결실을 안고 있기를 기대하면서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으면서 자유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좋은 계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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