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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영일기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부모님_19회

by 광풍제월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1987. 4. 3.


오전학과에는 도수제식을 하였다. 집총제식과 도수제식이 있는데 나는 도수제식조였다. 오늘은 사열형태와 군가형태로 나누어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처음이라 열심히 하려고 하였으나 잘 되지 않았다. 전우들과 열심히 하여야만이 복창소리도 커지고 의욕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작업을 나갔는데 돌을 주워 나르는 것이었는데 돌을 모아서 푹 파진 곳을 채우는 것이었다. 여러 명이서 하는 일이라 일의 진척이 참 빨랐다. 하지만 전우들 중 몇몇은 이때가 기회라고 아주 편안히 푹 쉬는 것이었다.


우린 우리의 군기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겠다. 누가 시켜서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요청되는 것 같다. 자발적인 사제 스스로 하려는 자세는 자신의 내부에서 우려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내면화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을 나가면서 논두렁을 지나서 갔는데 쑥의 새싹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쑥의 새순을 보니 봄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은 원형이정의 성질에서 원(元)의 성질로서 만물의 생성을 의미한다. 원의 사상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봄이 되면 새로운 기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생리적으로도 활동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밖으로 나감으로써 봄의 기운을 맛볼 수 있는 것 같다.


작업을 마치며 팔도사나이의 힘찬 군가를 부르며 오는데 하늘의 달을 쳐다보니 초승달이었다. 며칠 전에는 보일락 말락 했는데 이제 조금 커진 것을 보니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정읍사의 여인을 상상하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해 본다. 지금쯤은 저녁을 잡수시고 방 안에 앉아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계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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