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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영일기

완전한 하나의 군인

군인_18회

by 광풍제월

완전한 하나의 군인

1987. 4. 2.


새벽 공기가 좀 싸늘한 편이지만 그래도 훈훈한 맛이 있는 것 같다. 아침의 구보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하루의 일과의 시작을 구보로 하였다. 아침 바다를 바라보면서 달렸다.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지나간 추억을 또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젠 진공의 상태로 남고 싶다. 그래서 새로운 하나의 인간으로 재생되고 싶다. 즉 완전한 하나의 군인이 되어야겠다.

옆 전우들이 상당히 다정하게 와닿는다. ‘전우여 잘 잤느냐......’라는 군가 소리에 전우애를 한층 더 다지고 싶다.


아침 구보가 좀 힘이 드는 편인데 여기에다가 군가를 부르는 것은 힘든 일임에도 틀림없는 것임도 사실이다. 하지만 옆 전우를 위해서 열심히 군가를 불려야 한다. 이젠 옆 전우를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겠다. 6주 후면 우리는 뿔뿔이 흩어지게 될 전우들이지만 함께 생활한 전우들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가 다리부상으로 전혀 운동을 못 나가고 있는데 좀 더 신경을 써 주어야겠다. 정신에너지의 흐름을 잘 운용하여 조화롭고 균형 있게 사용하여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 사나이의 세계에서 남자다운 것을 배워야겠다. 약간의 파격도 인정해 주는 아량을 가지고 좀 더 여유 있는 생활을 하여야겠다.


점심을 먹고는 축구 경기시합을 보았다. 13중대와의 경기였다. 실력이 비슷하였다. 전반전까지 어느 팀도 선취점이 없었다. 후반전에도 선취점이 없어 연장전까지 갔다.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아서 승부차기를 하였다. 결국 우리 팀이 승부차기에서 승리하였다. 우린 자기도 모르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참으로 기쁜 마음이 되었다. 내가 직접 공을 차지 않았지만 이와 같은 기쁨은 아마 우리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함성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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