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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영일기

행군 간 경계

경계_23회

by 광풍제월

행군 간 경계

1987. 4. 7.


오전학과에는 경계실습교육이 있었다. 교육장에 가는 길에 진달래꽃이 보였다.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날씨마저 따뜻하여 봄이 퍽 가까이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의 날씨와 비교해 보면 크나 큰 대조를 느낄 수 있었다.


수화요령, 대공경계, 교대근무 등에 관하여 배웠다. 실습을 통하여 배우는 것이라 쉽게 이해되었다.


점심을 먹고는 행군 간 경계 실습을 하였다. 처음으로 완전 군장을 하여 보고 행군을 하였다. 처음 완전군장을 꾸리는 것이라 퍽 호기심이 있었다. 완전군장을 꾸리고 나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모르지만 떠난다는 야릇한 기분에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하지만 막상 군장을 꾸리고 길을 떠나 행군을 하니 쉽게 피로가 왔다.


행군 간 경계라서 구보를 하여야 할 때도 있고 속보로 걸어야 할 때도 있었다. 또한 전달지시에 주의하여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하여졌다.


행군도중 들길을 지나가기도 하였는데 들녘은 봄의 준비로 바빴다. 농부들이 논밭에서 일손을 열심히 놀리고 있었으며 들길에 핀 진달래는 힘든 피로를 약간은 잊게 하여 주는 것 같다.


전달체제는 참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전달체제에서 한 사람이 잘못 전달하면 그 사람 이후로는 전혀 엉뚱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러한 일이 있었다. 처음지시는 5시 방향에 적기 출현이라는 전달이 중간쯤 가서는 9시 방향에 적기출현이라는 엉뚱한 전달로 바뀌었다.


확인, 정확, 신속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군에서 명령계통에 있어 신속하게 연락되어야 하는 것이 잘못 명령이 되면 엄청난 병력 및 물자의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환점에서 휴식은 정말로 짜릿한 맛이 있는 것 같다. 피로한 상태에서의 휴식은 더 없는 행복이다. 또한 이러한 행복 속에 전우들의 구수한 노랫소리가 함께 할 때는 참으로 천국의 문에 들어선 기분이다. 처음으로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 간 경계를 한 것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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