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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영일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_28회

by 광풍제월


나는 누구인가


1988. 6. 2.


시간의 배는 88년의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가운데 벌써 중간지점을 통과했다. 이제 남은 군 생활은 12여 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활이 되겠다.


이제껏 군에 와서 배운 것이 무엇인가 남들은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맞추어 진보해 가는데 나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나의 머리는 녹슬어 이제는 회전속도도 늦어진 것 같다. 한 인간의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는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하나의 완성된 예술품이 나오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요구되듯 우리의 삶도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정체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흘려간 물로 물레방아를 되돌릴 순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엎질려진 물이라는 말도 있다. 흘려간 물을 아쉬워하다가는 생의 패배자가 되기 쉽다.


현재의 나는 무엇인가 군이란 하나의 도식에 얽힌 개체에 불과한 것인가 이제는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하기 싫다. 이러다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가 되어 버릴 것 같다.


청춘의 힘 이것은 결코 정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무한한 창조성을 잉태하고 있기에 출산만 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출산시키기가 고통스러워서 그만둔다면 그 사람은 삶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용히 설계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가?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능력은 갖고 있는가. 힘 있는 자만이 승리하리라. 그래 힘을 키우자

누구.jpg 그림에 대한 저작권은 후배 병장 김*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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