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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May 13. 2020

역사서 대가가 쓴 올해 역대급 역사 책!

역사를 왜 알아야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왜 현재를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 모두는 미래로 향하고 있다. 현재를 올바로 이해할 때 미래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미래의 해결책은 역사를 들여다볼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을 위해 스페인 독감 등 전염병의 역사를 다시 연구하고 현재의 예고된 극심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를 파헤쳐 보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다.



나는 작년부터 역사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10년 전 한동안 경제사 책을 읽다가 경영학/심리학/뇌과학/생물학/물리학/교육학 등으로 독서의 메인 주제가 바뀌면서 역사책을 좀 멀리했었다. 그러다가 <돈의 역사>에서 추천하는 너무나 좋은 역사책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역사책 독서 생활은 다시 재개되었다. 


이번 리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할 <유러피언>은 책의 퀄러티도 역대급이지만 무엇보다 내가 최근 읽은 100여 권의 역사책 중 가장 재밌었다. 900페이지짜리 벽돌 책이라 한 챕터(약 100페이지)씩 다른 책과 병행하며 읽다가 마지막 300페이지는 너무 재밌어서 거의 한 자 세로 꼼짝도 않고 다 읽어버렸다.



<유러피언>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알 수 있다. 


- 유럽 문화를 형성시킨 다양한 배경

- 철도 혁명이 유럽에게 준 충격

- 거의 모든 문화 산업의 태동(오페라, 클래식, 엔터테인먼트, 출판, 미술, 여행 산업 등)

- 돈과 예술과의 관계

- 유럽의 유명한 역사적 예술가들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들(톨스토이, 베토벤, 쇼팽, 마이어베어, 빅토르 위고, 플로베르, 모파상, 에밀 졸라, 조르주 상드, 헨리 제임스. 찰스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차이코프스키 등 총출동)

-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유럽 고전 작품(음악, 문학, 미술 등)의 형성 배경

- 문화 형성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인가? 등


<유러피언>의 작가는 역사서의 대가 올랜도 파이지스다. 파이지스는 영국의 역사학자로 그가 쓴 책은 울프슨 역사상, WH 스미스 문학상,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 NCR 도서상 등을 받았다. 그가 쓴 거의 모든 책은 상을 받거나 최종 후보까지 올랐는데 그래서인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파이지스를 ‘역사적 내러티브의 대가’라고 극찬했다.



파이지스가 다른 역사 대가와 다른 점은 바로 ‘내러티브’에 있다.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유러피언>은 역사책인데 소설처럼 재밌다. <유러피언>은 러시아 소설가 투르게네프, 프랑스의 저술가이자 문화중개인 루이 비아르도, 유명 여가수 폴린 비아르도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격동의 19세기 유럽의 거대한 흐름을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일반적인 역사책들은 ‘망원경’ 하나만 쓴다면 그는 현미경과 망원경을 함께 쓴다. 지루할 틈이 없다. 나는 특히 처음 매우 지질하게 나왔던 투르게네프가 나중에 위대한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완전히 그에게 빠져버렸다. 아 가엽고 대단한 투르게네프!



<유러피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놀랐던 점은 미친듯한 디테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다 찾았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많은 찬사를 받았는데 이런 내용들이 자주 눈에 띈다.


“광대하다. 아름답게 쓰였고 완벽하게 연구된 책이다.”, “19세기 중후반 유럽 문화의 확산에 관해 엄청나게 연구하였다.”, “대단히 촘촘하게 구성된 책이다.” 등


<유러피언>의 마지막에 나와 있는 감사의 말을 보면서 왜 책의 디테일이 최고 수준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피어지스는 <유러피언>을 ‘너무나 오랫동안 집필해 왔기 때문에 언제 책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예상컨대 <유러피언> 집필기간은 8~10년은 되는 듯하다. <유러피언>은 이런 대가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러피언>에서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기억에 남는 한 장면만 소개하자면 투르게네프와 톨스토이와의 관계이다. 만약 투르게네프가 개인적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면 톨스토이는 역사적 문학의 거장이 될 수 있었을까? 19세기 후반에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유럽의 고전 작품들이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의 톨스토이의 위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투르게네프와 톨스토이는 끊임없이 싸우고 화해했다가 다시 싸우곤 했는데 투르게네프의 딸에 대해 언쟁하다가 완전히 관계가 틀어지게 된다. 무려 17년 동안 두 사람은 말을 섞지 않는다. 하지만 투르게네프는 <전쟁과 평과>의 엄청난 작품성을 보게 되고 악감정을 뒤로한 채 위대한 작품을 유럽 전역에 알리는 데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투르게네프말고 톨스토이의 작품을 유럽 전역에 각인시킬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었을까? 책을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1년에 200여 권의 책을 읽고 1주에 수 십 권의 해외 책을(판권)을 검토하는 입장에서 정말 훌륭한 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훌륭한 벽돌 책일수록 그렇다. 투르게네프가 <전쟁과 평화>를 보며 추천을 안 할 수 없었던 것처럼(<전쟁과 평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게) 나 또한 독자들에게 <유러피언>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유러피언>은 BBC 히스토리 매거진, 스펙터, 데일리 텔레그래프, 키커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현재의 유럽 문화와 거의 모든 현재 문화산업의 태동, 예술과 돈의 관계, 고전의 형성 과정 그리고 기라성 같은 19세기 유럽의 문화예술인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러피언>을 강력히 추천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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