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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Jun 10. 2020

내 식습관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준 책!

나는 독서를 꽤 많이 하는 편이다. 교보문고 통계를 살펴보니 내 한 달 평균 책 구입량은 39.3권... 물론 다 읽진 못한다. 사는 책의 2/3 정도? 서재는 읽지 않는 책이 있어야 갈 맛이 난다는 움베르코 에코의 반서재 개념을 핑계로 책 쇼핑 중독을 합리화하고 있다. 99.9% 논픽션 책이고 신간 비율이 86%이다. 이런 독서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다른 것은 몰라도 좋은 논픽션 책을 고르는 선구안만큼은 일취월장했다. 왜냐하면 높은 신간 비율에서 알다시피 누가 추천해준 책이 아니라 스스로 책을 평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간을 구매했을 때 실패 확률이 극도로 낮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신간이 명저일 확률이 매우 높은 선별 방법이 있다. 바로 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런 책들을 사고 후회해 본적은 기억에 없다.


이번에 리뷰할 <영양의 비밀>이 대표적이다. 저자인 프레드 프로벤자는 유타 주립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명예교수로 영양학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EBS 다큐 프라임 <맛의 배신>에도 등장한 그는 자신의 45년 연구를 <영양의 비밀> 한 권에 담았다. 10여 년 넘게 집필한 <영양의 비밀>은 영양과 식습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무엇을 먹고 살아가야만 하는 생명인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자신의 삶과 연구를 종합하여 진정성을 담아 성실하게 답하는 노교수의 영혼이 담겨 있다.



번역서의 경우 아마존 리뷰와 굿리즈 평가를 참고하면 책을 선택할 때 좋다. <영양의 비밀>은 아마존 리뷰 점수가 5점 만점에 4.8이고 굿리즈 점수는 5점 만점에 4.6이다. 아마존 점수도 매우 높지만(4.5 이상이면 대부분 좋음) 굿리즈 4.6점은 극히 드문 점수다. 굿리즈 리뷰어들은 매우 평가가 박하고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에 나는 굿리즈 점수가 4.0만 넘어도 살만한 책 후보에 넣는다.



나는 <영양의 비밀>을 통해 식습관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했다. 지적인 쾌감을 만끽했음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후반부에 날 것으로 드러나는 저자 본인의 삶과 철학에 흠뻑 빠져버렸다. 책이 너무 좋고 작가의 글 솜씨가 너무 좋아(너무나 멋들어진 시적이고 철학적인 표현들!) 원서도 함께 읽었다. 



<영양의 비밀>은 매우 방대하고 심도 있는 책이기 때문에 어떤 한 주제도 간단히 말할 수가 없다.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여러 내용 중에서 식습관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3가지를 간단히 언급해 보겠다.


1. 모든 인간은 다르다


식습관과 건강 모두 과학적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자의 발견에 근거한 처방은 ‘평균적인’ 인간에 토대를 둔다. 저자인 프로벤자 교수도 이런 자세가 옳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가 연구와 공부를 거듭할수록 진짜 과학적 근거들은 인간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평균적인 인간이란 허상이라는 사실. 그리고 모든 개체는 모두 다르다는 진리이다.


예를 들어 소화액에 있는 펩신과 염산은 개인마다 무려 10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사람마다 위장의 크기, 형태, 윤곽도 다르다. 어떤 연구에서는 건강한 남성의 하루 칼슘 필요량이 어떤 사람은 222밀리그램이었지만 어떤 사람은 1,018밀리그램임이 드러났다. 거의 모든 비타민 또한 개인마다 적정량이 다르며 우리가 자주 먹는 카페인, 알콜, 니코틴 또한 개인마다 몸의 반응 다르다. 심지어 탄수화물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배분하는 방식 또한 개인마다 다르다. 


<영양의 비밀>은 이런 개인차를 드러내는 통계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이, 후성유전체, 장내 미생물 등의 지식과 연구를 통해 평균적인 개체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박살 낸다. 개인은 유전자가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장내 미생물이 다르고 예상치 못한 여러 신체 내외적인 우연이 종합한 형태이므로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개인에게 최적화된 식습관은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학적 연구에 의해서 당신을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물론 과학은 신뢰해야만 한다. 하지만 맹신에서는 안 된다. 나에게 좋은 것이 당신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몸의 지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과학을 잘 이용하면서도 과학을 오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몸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나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놀랐던 부분이었는데 생명체의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똑똑하다. <영양의 비밀>은 맛-피드백이라는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동물과 인간의 영양학적 자기조절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밝힌다. 


여기서 말하는 맛-피드백은 ‘우리가 무엇을 먹었더니 맛있다 그러니 나중에도 먹자’라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몸이 맛을 느끼는 것은 미각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장(세포단위)과 장내 미생물 수준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들은 ‘자연적 상태’일 때 특정 문화적 맥락 안에서 의식적 + 무의적인 피드백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최적화된 영양학적 식습관을 구축할 수 있다. 


실제 방목해서 키우는 초식 동물이나 쥐의 실험에서 동물들은 자신의 영양학적 불균형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45개 학술 단체가 50년에 걸쳐 내놓은 소금 섭식에 대한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인간은 놀랍게도 나트륨 섭취에서는 자기조절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했으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섭취량을 조절한 것이다. 이는 식품 공급자와 무관하게 무작위 대조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으며 나트륨 섭취의 생리적 조절 인자에 부합되는 결과이다. 몸속 생리학이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식품 공급자’가 인간에게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연에서 크는 초식동물보다 인간 몸의 지혜는 현재 교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의 가공할 힘 때문이다. <영양의 비밀>에서는 가공 식품들이 어떻게 우리 몸의 지혜를 쓸모없게 만드는지 자세히 논증하고 있다. 


나만의 최적의 식습관을 구축하기 위해선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몸의 지혜를 회복해야만 한다.



3. 조화의 식단


<영양의 비밀>에서 소개된 클라라 데이비스 연구는 정말 획기적이다. 식습관의 경험을 이어받지 않은 아기들에게 음식 선택권을 주어서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 놀라운 결과는 아이마다 음식의 조합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이는 1번과 연결된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두 번째는 매끼마다 패턴이 없었다. 이는 2번과 연결된다. 아이들의 몸은 자신들의 부족한 영양을 스스로 알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아주 다양한 조합이다. 아이들은 한 두 가지 음식 군이나 패턴에 집착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입맛은 괴상하고 변덕이 심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음식의 다양한 조합을 선호했다는 사실이다.



<영양의 비밀>을 읽어보면 왜 생명체가 자연 상태에 내버려 두면 다채롭고 조화로운 식단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과학적인 근거로 깊이 있는 메커니즘을 책에선 소개하고 있는 결론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클라라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은 그 어떤 아이들보다 건강하게 컸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다양한 식단의 조화주는 기쁨과 영양학적 가치를 우리는 잊고 있다. 가공식품들의 교란과 매우 종류가 한정되어 있는 마트의 영향이 크다. 몸의 지혜를 잃어버리고 한정된 메뉴판 안에서 우리의 식습관은 형성되어 있다. 가축된 양은 한 두 가지 사료에 의지해 살아가지만 자연에서 방목해 키운 양은 무려 50가지의 다양한 풀을 뜯어먹는다. 행복과 건강은 다채로운 조화의 식단 속에 있다.



이 책은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식물, 동물, 인간의 섭식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 / 현재 식품들의 영양학적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 / 아이들의 채소 섭취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 / 과식의 이유와 문제점, 살충제, 제초제가 생물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 평균적인 식단이 아니라 사람마다 맞춤형 식단이 필요한 이유 / 다이어트에 제대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 / 입맛에 대한 과학적 고찰 / 장기 이식을 하면 입맛이 바뀌는 이유 / 영양소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 음식 혐오에 대한 이해 / 가공식품이 식습관에 정말 안 좋은 이유 / 정기적인 영양제, 보충제 섭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 / 면역에 대한 이해 / 식습관과 행동경제학 /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명상 / 간헐적 단식의 중요성 / 식습관과 비만 그리고 행복 / 미각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 여러 중독의 원리와 극복 방법 / 건강 권위자들의 헛소리를 판별하는 방법 / 플라세보와 노세보 효과 / 건강 연구들의 문제점과 그 의의 / 자연과 조화롭게 인생을 사는 법 등등


이 책은 단언컨대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양의 비밀>을 통해 잘 먹고 행복하게 사는 당신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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