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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수씨 sans souci Feb 20. 2020

네덜란드 북부 여행 아닌 탐험기

3년만에 재회한 친구, 욜란다와 함께







Amsterdam, Netherland

두 번째 │ 3년만에 재회한 친구, 욜란다와 함께

2019년 12월의 기록


ⓒ Copyright 2019. sans souci. All rights reserved










#. Prologue 탐험에 앞서 여는 글. 

암스테르담 소식을 전하자 마자 함부르크에서 한걸음에 달려 와준 친구가 있다. 바로, 정확히 3년전 12월 이맘때 즈음, 함께 중국의 청두의 작은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지냈던 나의 룸메이트. 욜란다 :-)


비록 국적은 달랐지만, 꿈 많던 대학생들의 대화는 지금 떠올려도 너무나도 가슴 뭉클하다. 중국에서 헤어지기 전,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왠지 모르게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며 그 날의 약속을 함께 이루었다.







2019년 12월 28일 오후 2

암스테르담의 카페, Blue Amsterdam 에서의 기다림

- 위치: Winkelcentrum Kalverpassage, Singel 457, Amsterdam  


욜란다와의 재회를 기다리며, 전망이 너무 멋진 이 카페에서 코코아와 애플파이로 몸을 녹이며, 일기를 쓴다. 3년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곧 만나게 될 우리에 대해서도, 이 여행을 꾸려갈 앞으로의 나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막연하기만 했던 30일 남짓 나의 여정의 시작을 함께 해주겠다던 이 친구의 말이 새삼 큰 의지가 되었다.


그러다 의식의 흐름 끝에 문득 든 생각은 우리를 수식하는 국가가 4개 라는 점이었다. 국에서 네덜란드로 여행 온 나. 중국을 떠나 독일에서 유학 중인 욜란다. 이 수식어가 앞으로 여행하며 얼마나 많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여행을 풍성하게 함께 만들줄 그때는 몰랐다.







2019년 12월 28일 오후 6

암스테르담 어딘가, 길거리에서의 재회


버스에서 내린 욜란다를 마중 나가던 길목에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쭈뼛쭈뼛 긴가민가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우아! 욜란다였다!


어느 순간부터 욜란다도 나를 알아보고는 달려간다. 3년동안 정말 변한게 하나도 없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고는 서로의 앞에 다다라서는 꼬옥 안아준다. 이 때, 하마터면 나보다 3살이나 나이가 어린 이 친구 앞에서 엉엉 울 뻔했다. 어딘가를 막 헤매다 이제 괜찮아 하는 안도감이었을까. 눈물을 꾹 참고 먼길 고생해서 달려와준 욜란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오랫만에 만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될지 몰라 시작부터 끝까지 온갖 주제를 망라하였다. 대학교 이야기, 직장 이야기, 독일 생활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 한국 음식 이야기, 숙소에서 과자를 먹으며, 쉴새없이 마음껏 수다를 떨다, 시차 때문일가. 편안함 때문일까 나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2019년 12월 29일

네덜란드 북부 탐험기 


여행기가 아닌 탐험기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탐험(探險, explore); 여행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의 어딘가를 직접 찾아가고,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하고, 조금은 위험을 무릅쓰기도 하고, 정해진 루트 없이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딱 내가 느꼈던 감정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였다. 


나와 욜란다는 재회한 다음날 마치 '탐험가' 가 되어 네덜란드의 북부를 마음껏 담았다. 암스테르담 시내에 앞서, 네덜란드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간을 먼저 기록해본다. 



 




북부를 탐험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교통권 덕분이었다. 사실 살인적인 유럽의 교통비에 비해 한국이 저렴해서일까. 우리에게는 교통권이라는 개념이 사실 익숙지 않다. 시간대별, 커버되는 지역별, 교통수단별, 횟수별 다양한 기준으로 교통권 하나에 주어진 수많은 선택지에 압도되어, 유럽을 다닐 때마다 그 나라에서 처음 교통수단을 타던 순간이 나에겐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가격도 천차만별. 교통권 중에 혹여나 더 좋은 선택지를 놓칠까 조마조마하다. 계획없이 온 여행이였고, 아직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나조차 모르는 상황인지라, 그제서야 이 도시에서의 동선을 급하게 짜보기도 한다. 그러다 이내 포기하고, 이왕 이렇게 된거 어디든 갈 수 있는 가장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으로 고르게 되었다.   


 





그렇게 어려운 숙제를 풀다 탄생하게 된 네덜란드 북부 탐험기. 암스테르담은 물론 근교 도시까지 사용가능한 교통권은 우리를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었다. 원래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 즉흥적으로 내리고 싶은 곳에 마음껏 내려볼 수도 있었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만 제외한다면, 마치 로드트립하는 기분이었다. :) 


한 달의 긴 여행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고, 스스로 '아! 너무 좋다!' 를 연신 외쳤던 하루였다. 







이곳은 원래 목적지로 향해 끝없는 평야를 달리다 수많은 양떼를 보고 무작정 덥석 내린 곳이다. 북부 이곳 저곳의 지명조차 모르는 어딘가에 내려 우연했던 그 풍경을 지나쳐 보내지 않고, 직접 찾아가 마주했을 때.  그 전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여행해본 적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감정이 격양되었다.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정말 면허를 따야지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탐험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의 친구 욜란다와 함께였다는 점. 

여행 방식도 좋아하는 것도 참 잘 맞았다. 이 탐험을 모두 함께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네덜란드 북부에서 다녀온 곳은 총 세 곳이다. 볼렌담(Volendam), 에담(Edam), 마큰(Marken).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사진 속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길 한복판, 끝없는 들판, 도심에 조금 떨어진 버스정류장, 신호등 앞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떠나는 탐험을, 내가 탐험가가 되는 순간을 즐기게 될 것 같다. 







함께 한 시간이 길지 않아도, 국적이 같지 않아도, 언어가 완벽하게 통하지 않아도, 

인생의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목적지가 없어도, 뚜렷한 계획이 없어도,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기억에 남을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떠난지 며칠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나에게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을 알려준 암스테르담에서의 여행이었다. 






Amsterdam, Netherland

두 번째 │ 3년만에 재회한 친구, 욜란다와 함께

2019년 12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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