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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Oct 03. 2016

상실의 시대

비건축 에세이


오늘도 도시를 걷는다. 스쳐지나가며 보이는 풍경들은 한국의 어느 도시를 가나 이젠 비슷해져간다. 복제된 아파트에 살며 체인점으로 이루어진 똑같은 거리를 배회하며, 똑같은 음식과 커피를 마신다.  

 
도시의 고독한 삶에서 우리는 남과 다르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때문에 이처럼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아파트에 살며, 풍경과 공간이 비슷한 도시를 같은 자동차로 활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다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존재에 극히 신경질적으로 그 불편함을 드러낸다.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 부류로 규정한다. 젊다거나, 예술가들이라거나, 세상을 삐닥하게 바라보는 별난놈들로 분류하고 다름을 동질성으로 빠르게 채워나간다.  

 
홍대의 음악적 감수성은 그 느낌은 사고파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령하고, 가로수길의 마이너함은 블링블링한 브랜드의 각축전과 그저그런 술집들도 대체되고 말았다.  

 
우리의 교육은 사지선다의 정답을 요구한다.  자발적인 생각으로 논리에 맞게 서술된 나의 생각이 아니라, 적어도 이 4개의 보기중에 정답은 존재하며, 나머진 다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른 논리는 항상 저지되며, 토론할 가치도 없는 절대분변의 진리로 받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이 우리의 삶 전반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도시도 그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도 다양성보다는 동질감으로 똘똘 뭉쳐가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동떨어지지 않으려 내면의 본성을 숨긴채 살아간다.  

 
도시에 반복은 있으나 차이는 없는것, 다름이 없는 것에 혹은 그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소양이 없는 것. 때론 나 자신도 그 다름을 견뎌낼수 없는것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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